'북한'이냐 '조선'이냐…'두 국가' 인정하자는 정부, 공론화 개시
한국정치학회, 특별학술회의 개최…정치·법·외교 분야에서의 쟁점 다뤄
"'북한'은 비중립 용어"…공식 국호 사용 필요성 제기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정부가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북한의 정식 국호로 부르기 위한 공론화 과정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한국정치학회는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 북한인가 조선인가'를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고, 북한을 '조선'으로 부르는 것이 적절한지 등을 두고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학술회의는 한국정치학회가 주최하고 통일부가 후원한다. 통일부는 민간의 여러 학술회의를 통해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9일 학술회의도 공론화 절차 차원에서 이해하면 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김남중 통일부 차관도 이날 학술회의에 참석해 축사했다. 윤종빈 한국정치학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김성경 서강대학교 교수, 권은민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이동기 강원대 교수 등이 발표자로 참여했다.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은 단순한 지리적 표현이 아니라 반공 이데올로기 속에서 위협·적대·무관심·혐오가 축적된 비중립적 용어"라며 "상대를 한반도의 일부로 환원해 국가성을 묵시적으로 부정하는 효과도 갖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식 국호인 '조선' 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용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행위이자 관계 재설정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법적 쟁점과 관련해 권은민 변호사는 "정식 국호 사용은 문서상 명확성과 국제 관행에 따른 기술적 선택일 뿐, 국가 승인이나 헌법 위반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남북기본합의서 등 기존 합의문에서도 이미 쌍방(남북)의 국호가 사용돼 왔다"며 "국호 사용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국제적 관행과의 괴리도 주요 쟁점으로 제기됐다.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이후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영어 약어인 'DPRK'(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라는 공식 국호가 일관되게 사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유독 '북한'이라는 비대칭적 호명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반론도 적지 않다. 북한의 공식 국호 사용이 헌법상 북한 지역도 우리 영토로 간주하는 영토조항과 충돌하거나 통일 지향성을 떨어뜨려 분단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 '조선' 호명이 북한 체제의 이데올로기를 수용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발표자들은 "북한의 이중적 지위(반국가단체이자 협력 상대)를 인정해 온 기존 판례와 법체계상, 호명 문제는 법적 위반이라기보다 정치적 선택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비교사례로는 동서독 기본조약이 제시됐다. 양측이 정식 국호를 사용하면서도 통일 지향성을 유지했던 점은, 호칭 변경이 곧 분단 고착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근거로 언급됐다. 이동기 교수는 "정식 국호 사용이 곧 통일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관계 관리와 문서 명료성을 위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학계는 당장 전면적인 호칭 변경보다는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다. 학술·연구 영역에서 공식 국호 병기를 확대하고, 대외 문서나 협상에서는 정식 국호 사용을 검토하는 방식이 제안됐다.
앞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3월 "상대가 스스로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 부르는 만큼 현실적으로 '한-조관계'라는 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언급하며 정부가 북한을 '조선'으로 부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이 확인된 바 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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