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러시아랑 밀착하지만…평양 호텔서는 '키이우 음식'이 인기

'키이우식 닭고기 커틀릿'이 인기 요리…"수준 높게 만들어 봉사"
북한 잡지, '푸딩·퐁듀' 등 유럽식 디저트·음식 조리법도 소개

(평양 노동신문=뉴스1) = 평양 고려호텔에서 열린 북한과 러시아 정부 대표단의 연회 장면.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평양의 호텔에서 '키이우식 음식'이 인기 메뉴로 소개되는 등 유럽 요리가 북한 주민들의 일상으로 확산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북러 밀착 흐름 속에서 러시아를 포함한 외국 음식이 북한 상류층과 관광·접객 공간을 중심으로 널리 퍼지는 듯하지만, 정작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이우의 이름이 붙은 요리가 평양의 인기 요리인 것을 두고 이채롭다는 평가가 23일 나온다.

최근 발간된 북한의 요리 전문 잡지 '조선요리' 2026년 1호(1분기)에는 '끼예브식 까끌레트'(키이우식 닭고기 커틀릿)이 소개됐다. 잡지는 이 요리가 평양시 중구역의 '평양호텔'에서 손님들에게 제공되는 인기 외국 요리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 음식은 닭가슴살에 버터를 넣어 말아 감싼 뒤 계란물과 빵가루를 입혀 기름에 튀기는 것으로, '닭고기 빵가루 튀김' 요리로 소개됐다. 가정식이라기보다는 주로 호텔이나 연회장 등에서 제공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잡지는 "평양호텔에서는 민족음식뿐 아니라 외국 요리도 수준 높게 만들어 봉사하고 있다"며 외국 음식에 대한 수요와 선호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최근 북한과 러시아 간 밀착이 심화되면서 러시아 음식과 디저트류가 상류층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흐름도 감지된다. 외교·군사 협력 강화와 함께 식문화 영역에서도 교류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러시아와 밀착하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수도의 이름을 그대로 쓴 요리를 '인기 요리'로 내세우는 것은 우크라이나를 사실상 정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북한의 기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 등 북한의 관영매체들은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정부를 '끼예브 괴뢰 당국'으로 부르곤 한다.

북한은 8차 당 대회를 기점으로 옥수수와 감자 대신 밀·보리 재배 면적을 확대하며 주민들의 식문화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김 총비서는 2021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전국적으로 밀, 보리 파종 면적을 2배 이상으로 보장"하라며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러시아 음식뿐 아니라 다양한 유럽 요리가 북한 매체를 통해 꾸준히 소개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이번 호에는 푸딩, 퐁듀, 라따뚜이 등 외국 요리를 설명하는 용어 해설 코너도 함께 실렸다.

북한은 지난해 잡지에선 '젤라또 월드컵 대회'를 소개하면서 각의 젤라또를 소개했다. 잡지는 "스위스조는 익힌 토끼고기와 강냉이 반죽으로 감싸는 방법으로 요리를 만들고 사프란을 이용한 젤라또를 곁들어 내놓았다"면서 "에스빠냐(스페인)조는 올리브기름과 젤라틴을 섞어 굳이 물고기알 모양의 가공품을 이용했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동향은 북한이 대외 이미지를 관리하고 관광·접객 수준을 높이기 위해 외국 음식 도입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일부 계층과 공간을 중심으로 제한적이지만 식문화의 변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최근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입맛이 다양화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2022년부터 거의 해마다 '밀가루 음식 전시회'를 개최하고 다양한 밀가루 음식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때 주식으로 먹을 수 있는 밀가루 요리 외에도 빵이나 쿠키·와플 핫도그 등 간단한 후식·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공개되고 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