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속 北 치적정치…김정은 업적은 콘크리트로 남는다[한반도 G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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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참석 아래 진행된 '화성지구 5단계' 건설 착공식.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을 취재하다 보면 최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공개활동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 중 하나로 '현장'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과거 김정일 시대나 김 총비서 집권 초반까지만 해도 군부대 시찰, 무기 개발 참관, 군사훈련 지도 등 군사 분야 일정이 공개활동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택단지와 공장, 문화시설, 기념관 등 이른바 건설 현장 방문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화성지구 건설사업, 지방발전 20×10 정책, 전투위훈기념관 건립, 각 지역 지방공업공장 조성 등이 대표 사례로 꼽힙니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대북 소식통들은 단순한 건설 애호 차원을 넘어 김 총비서의 통치 방식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 소식통은 "김정은이 혁명 지도자보다 국가 경영자 이미지 구축에 더 집중하는 분위기"라며 "업적을 남기려면 결국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필요하고, 북한에선 그게 건축물"이라고 전했습니다.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경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체제 성과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 건설이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만성적인 경제난과 대북제재, 구조적 산업 침체 속에서 주민 생활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만한 실질적 경제 성과를 만들어내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생산량 증가나 산업 효율 개선 같은 지표는 선전 효과가 제한적인 반면, 대규모 아파트 단지나 새 거리, 문화시설은 주민들이 직접 보고 체감할 수 있어 선전 효과가 훨씬 큽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제한된 자원을 집중 투입해 '보여줄 수 있는 성과'를 만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통치 방식이라는 설명입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개업을 앞둔 화성지구 4단계 구역을 딸 주애와 찾은 김 총비서.[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특히 김 총비서는 단순히 건설 프로젝트를 승인하는 수준을 넘어, 현장을 직접 찾아 세부 사항까지 챙기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연출하고 있습니다. 최근 화성지구 봉사시설 시찰에서는 반려동물 관련 시설과 자동차 정비소, 악기점 등 세부 생활 편의시설까지 직접 언급하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과거 최고지도자가 군사적 위엄과 혁명성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주민들의 생활 수준과 편의까지 세심하게 챙기는 '생활형 지도자', '민생형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려 한다는 평가입니다.

이와 맞물려 북한이 최근 보여주는 제도 정비 흐름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북한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헌법 명칭에서 '사회주의헌법' 표현을 떼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으로 정비했으며, 경찰제도 신설과 국가기구 개편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혁명과 투쟁의 상징성을 전면에 내세우던 과거와 달리, 외형상 제도와 행정 시스템을 갖춘 '정상 국가'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결국 최근 북한의 건설 드라이브는 단순한 도시 개발 사업이 아니라 김정은 시대 통치 전략의 상징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 총비서가 군사·혁명 지도자 이미지를 넘어 국가 운영과 민생을 챙기는 '국가 경영자'로 자신을 자리매김하려 하고, 그 성과를 주민들에게 가장 쉽게 각인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건설을 택했다는 것입니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정은에게 건설은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니라 자신의 통치 성과를 시각적으로 각인시키는 정치 행위"라며 "결국 김정은 시대 업적은 기록보다 콘크리트로 남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