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4년째 태양절 금수산 참배 생략…'선대 거리두기' 지속

최근 2~3년 '국가 명절' 전후로 김정은 성과 부각 행사 개최
"'새 시대' 이미지 구축…전 지도자 능가하는 치적 쌓기 행보"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 탄생 114돐(주년)에 즈음하여 당과 정부의 간부들이 15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숭고한 경의를 표시하였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았다. 김 총비서가 2022년을 마지막으로 4년째 불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선대와의 거리두기'와 함께 '김정은 시대'의 북한을 구축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김 총비서는 언급하지 않고, 박태성 내각총리, 조용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당·정 간부들이 전날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경의를 표했다고만 보도했다. 신문이 함께 공개한 사진에도 김 총비서는 식별되지 않았다.

다만 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태양절에 즈음해 조선인민군 서부지구 대연합부대 예하 포병구분대들의 포사격 경기를 참관했다.

김 총비서는 최근 2~3년 사이 선대 생일과 같은 '국가 명절'에 금수산 참배보다 건설 사업 현장 방문이나 자신의 성과를 부각하는 행사에 나서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계획된 국가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과시하는 동시에, 선대보다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일종의 독자 우상화 전략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존에는 선대 생일마다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거나 기념공연을 관람하는 방식이 반복돼 왔지만, 이러한 전통적 패턴을 서서히 지우고 그 자리를 자신의 업적과 성과를 내세우는 행사로 대체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선대 생일 전후로 '김정은 부각' 일정에만 매진

김 총비서는 지난해 태양절에 맞춰 화성지구 2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4월 16일)에 참석했다. 2023년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첫 시험발사를 현지지도(4월 13일)했으며, 같은 해 화성지구 1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 참석(4월 16일)과 내각-국방성 직원들 간 체육 경기 관람(4월 16일)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2·17, 광명성절)에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지난해 2월 16일 김 총비서는 화성지구 4단계 1만세대 살림집 현장을 찾아 첫 삽을 떴다. 이튿날 신문은 기존 6면에서 8면으로 증면됐으나 준공식 소식이 1~3면을 차지하고 금수산궁전 참배 소식은 4면에 배치됐다. 지난해 김 총비서의 광명성절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는 4년 만의 행보였다.

아울러 김 총비서는 지난해 김 위원장 생일 당일 공식 일정에 나서지 않았지만, 전날인 2월 15일에는 중요 군수공장을 현지지도하고 지상대해상미사일 검수사격을 지도했다는 소식을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했다.

또 지난 2023년 2월 15일에는 강동온실농장과 평양 화성지구 2단계 1만세대 살림집 건설 착공식에 참석했다. 이 소식은 그해 김 위원장 생일 다음 날인 2월 16일 대대적으로 보도됐으며, 그 이튿날에는 당·정 간부들만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당 제9차 대회 대표자들이 17일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영생의 모습으로 계시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숭고한 경의를 표시했다"라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선대 거리두기'와 '새 시대' 이미지 부각…전 세대 능가하는 업적 선전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보가 김 총비서만의 '새로운 북한'을 각인하는 차원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21년 제8차 당 대회를 끝마친 시점에서 북한은 계기마다 '새 시대'라는 표현을 사용해 왔고, 지난 2월 9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해서는 김 총비서의 독자적 업적을 더욱 부각하고 있다.

김상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8차 당대회 이후 '정상'이란 단어를 처음 언급하고 국가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움직임이 보이면서 나타난 북한 정치의 특징 중 하나"라며 "독재자로 이뤄진 3대 지도자들이 계속 참배하는 모습이 외부에서 봤을 때는 정상적이지 않기에 그런 점들도 염두에 둔 행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지도 사상인 '김일성·김정일 주의'를 뛰어넘는 '김정은 혁명사상'으로 북한을 이끌어가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현"이라며 "김일성 주의에 이어 현재 북한 내부적으로 김정은 혁명사상을 체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선대와의 거리두기 측면은 분명하지만, 태양절을 계기로 포사격 경기를 참관했다고 언급한 점을 보면 선대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거나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9차 당대회 때도 선대 지도자들보다 자신이 더 큰 업적을 쌓고 있다는 주장을 내세웠는데, 이를 지속하려면 선대에 대한 신격화를 일정 부분 절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9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을 총비서로 재선출하는 제의서에 담긴 '어떤 위협과 제재도 통하지 않고 어떤 세력도 건드릴 수 없는 국가로 만들었다', '두 제국주의를 타승한 지난 세기를 능가하는 역사적 승리' 등의 표현에 주목했다. 그는 "이는 김 총비서가 선대와 견줄 수준을 넘어, 선대를 능가하는 업적을 이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서술"이라고 짚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