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은 '북한 당기기'에 적극적…北은 '미지근' 혹은 '전략적 자제'
외교장관 회담 결과 보도 톤에 차이
北, 미중 정상회담 의식해 '신중한 관리 외교'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의 7년 만의 방북을 통해 성사된 북중 외교장관 회담을 대하는 양측의 태도에 미묘한 차이가 엿보인다.
중국은 북중관계 격상을 강조하며 회담 결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북한은 상대적으로 절제된 수준의 보도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측 모두 관계 개선 흐름을 강조하면서도 정세에 대한 전략적 판단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10일 제기된다.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통신은 전날 열린 북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국 관계의 전반적·전략적·방향적 문제에 대해 중요한 합의가 있었다"라며 양측이 외교적으로 의미가 있는 논의를 했음을 시사했다. 왕이 부장은 '다음 단계 발전', '새로운 단계', '우호적 교류의 새로운 장' 등 표현을 동원해 북중관계의 견고함을 부각하기도 했다.
왕 부장은 그러면서 "올해는 '중조 우호협력호조조약'(북중 우호조약) 체결 65주년이고, 지난 65년 동안 국제·지역 형세가 어떻게 변화하더라도 중조는 좋은 이웃이자 좋은 친구, 좋은 동지로서 언제나 서로 신뢰·지지하면서 지역과 세계의 평화·안정 수호 및 각자의 발전 촉진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중국은 조선과 함께 조약 체결 65주년 기념활동을 잘 개최할 용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양측이 북중 우호조약(1961년) 체결 65주년을 계기로 다양한 교류 및 기념행사를 열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북한과 중국은 올해 민간·문화 교류를 확대하며 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고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오전 보도에서 최선희 외무상이 "양국 관계가 새로운 높은 단계에서 활력 있게 발전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고 전했지만, 신화통신이 언급한 화려한 외교적 수사는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화통신이 언급한 합의 등 회담의 구체적 성과나 향후 계획에 대한 상세한 언급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신화통신의 보도에는 북한이 대만·티베트·신장 문제 등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며 중국의 입장을 옹호했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노동신문의 보도에는 이같은 언급이 빠졌다. 전반적으로 중국이 이번 회담을 더 중요하게 다루는 뉘앙스가 두드러진다.
이러한 온도 차는 중국과의 '혈맹' 관계보다 러시아와의 밀착을 더 중시하는 북한의 대외 전략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아울러 내달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 밀착을 심화할 경우, 북미 대화의 '중재자' 역할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넓히려는 중국과 대북 대화 수요가 있는 미국이 동시에 북한에 '대화'를 촉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의식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은 당장 미국과의 빠른 대화를 추구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러시아와의 밀착 이후 북한의 대중 의존도가 눈에 띄게 낮아진 것이 이번 외교장관 회담을 대하는 양측의 차이의 이유"라며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과도한 밀착은 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전략적 소통'을 강조하며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을 감소시키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전략적 판단에 따라 메시지를 관리하는 것일 뿐, 중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만일 왕이 부장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면담할 경우 보다 구체적이고 의미 있는 메시지가 북한 측에서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중국이 내달 미국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고, 북한 등 한반도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오히려 북중이 고위급 전략 소통을 통해 한반도 등 정세 현안에 대한 '공통된 입장'을 사전에 조율하기 위해 이번 회담이 열렸을 수도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정상외교를 앞둔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외교 과제 중 하나다. 이에 따라 북중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부각할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새로운 다극체제' 구상에 따라 중국·러시아와의 '반미 연대'에 공을 들이는 북한은 미국에게 자신들과의 대화의 문턱이 높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중러와 지속적인 고위급 소통에 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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