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유감"에 김정은 "솔직 대범" 반응했지만…남북 선 긋기는 지속
남북 단절 속 유감엔 호응, 접촉엔 거리…'이중 메시지'
전문가 "국면 관리 전환 시사" vs "대화 시도 사전 봉쇄"
- 유민주 기자,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임여익 기자 = 북한이 이재명 대통령의 '민간 무인기 사건' 유감 표명에 대해 반나절 만에 "솔직하고 대범한 자세"라며 이례적으로 우호적 반응을 보였다.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당장 변화하진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에 무게가 실리지만, 북한의 미묘한 변화를 앞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대통령이 직접 유감의 뜻을 표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언급한 것은 대단히 다행스럽고 스스로를 위한 현명한 처사라고 우리 정부는 평가한다"고 밝혔다.
김 총무부장은 "우리 국가수반은 이를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당 총비서의 말을 직접 인용하며 담화의 무게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14회 국무회의 겸 제4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민간인 무인기 사건과 관련해 "비록 우리 정부의 의도는 아니지만, 일부의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동으로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이 유발된 데 대해 북측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남북 단절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간접적 상호 소통 방식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적대적 두 국가'의 수사를 변환시킬 가능성이 있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했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명예교수는 "담화 초반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전반적으로도 서로 충돌을 피하고 군사적 긴장을 자제하며 각자 공존하자는 기조가 담겨 있다"며 "결국 북한이 내세워온 '적대적 두 국가론'에서 평화 쪽으로 한발 나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이어 "북한이 일부 호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한국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개인이 마음만 먹으면 드론을 평양으로 날릴 수 있고, 민간 기술력의 발전으로 유사한 일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을 북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이를 상당한 위협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담화 내용으로 봐서는 적어도 당분간 과도한 남북 간 대립이나 긴장은 고조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면 관리'로의 명확한 전환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 총무부장의 담화에 대해 "이번 남북 간 신속한 상호 의사 확인이 한반도 평화 공존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장 관계 개선을 단정하기보다는 '신중한 기대' 속에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앞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지난 2월 18일 무인기 관련 발언 당시에도 북한은 즉각 반응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정 장관은 '무인기 도발'을 공식 인정하고, 접경지역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을 포함한 '3대 재발 방지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저녁 김여정은 담화를 발표해 정 장관의 재발 방지 의지 표명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는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 필요성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대가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다만 이번에 김 총무부장의 담화는 형식상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선 긋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김 총무부장이 "말로만 외울 것이 아니라 도발 행위를 중지", "그 어떤 접촉 시도도 단념해야 할 것"이라며 훈계조를 유지하면서다.
그는 "우리 국가의 신성불가침의 주권을 침해하는 도발 사건이 재발될 때에는 이미 경고한 바와 같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다시금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적인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이러한 담화의 행간에는 향후 한반도 질서를 자신들이 설정한 '두 국가 관계'로 끌고 가려는 계산이 내포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일정 부분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접촉 차단을 병행한 점에 주목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감 수용과 '접촉 시도 단념'을 병렬적으로 제시한 것은 '잘못 인정 이후 관계 회복'이라는 일반적 외교 흐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남측이 이번 사안을 대화 재개의 계기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사전에 봉쇄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어 "유감 수용이라는 외형과 달리, 담화 전체에서 가장 공세적인 대목"이라며 "표면적으로는 이재명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수용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재발 방지 조치에 대한 구속력 확보와 향후 대응 명분을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접촉 시도 단념'이라는 표현은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며 "다시 '민족'이나 '통일'을 논하며 다가오지 말라는 강력한 선 긋기이며 '적대적 두 국가' 체제에서의 냉정한 국경 관리만을 허용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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