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무인기 유감' 표명, 리스크 관리 넘어 '5월 북미 모멘텀' 포석

중동 정세 등 불확실성 커진 한반도…재차 '유화 제스처'
전문가 "책임 있는 조치 약속…남측 신뢰 쌓기 기여 측면도"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제4차 비상경제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4.6 ⓒ 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대북 무인기 침투'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단순한 위기관리 차원을 넘어 향후 대화 국면을 염두에 둔 '다목적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6일 청와대 본관에서 제14회 국무회의 겸 제4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민간인 무인기 사건과 관련해 "비록 우리 정부의 의도는 아니지만, 일부의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동으로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이 유발된 데 대해 북측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한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은 개인들의 사전 행위, 사적으로 북측에 도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며 "국가전략상 필요에 따라 그런 일이 생기는 것도 극도로 신중해야 되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대북 도발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인기 사건은 일부 민간인과 군·정보기관 관계자들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군의 감시를 피해 민간 무인기를 군사분계선(MDL) 이북으로 보낸 뒤, 북한 개성 일대를 촬영한 사안을 말한다. 이 사건은 북한이 지난 1월 추락한 무인기 사진 등을 공개하며 비난 성명을 발표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北 대남 강경 기조 유지, 국제정세 불안정 속 재차 '유화 제스처'

이번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달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정하며 대남 강경 기조를 재확인한 상황에서 나왔다. 중동 전쟁 등으로 국제 정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한반도 긴장 완화 의지를 재차 드러내는 '유화 제스처'로 읽힐 여지가 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금처럼 전쟁이 일상화되고 불똥이 어디로 튈지 가늠할 수 없는 현실에서 한반도 정세를 더욱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매우 시의적절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이어 "단순히 무인기 사건에 대한 사과를 넘어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 국제적 전쟁 위기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며 한반도가 '제2의 화약고'가 되는 것을 막으려는 절박함도 반영된 발언"이라고 말했다.

김 총비서는 2023년 말 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이를 점차 제도화해 왔다.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 교양 사업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하며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등 남북 교류 단체를 정리, 경의선 등 남북 연결 통로를 물리적으로 차단했다.

올해 1월 당 제9차 대회에서는 "대한민국과는 상론(상대)할 일이 전혀 없으며,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하겠다. 남측과의 모든 연대나 민족적 특수성을 완전히 폐기한다"고 강조했으며, 지난 3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는 "우리 공화국은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한다. 가장 명백한 언사와 행동으로 한국을 철저히 배척하고 무시하며 다뤄 나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처럼 북한은 '국가 대 국가'의 틀에서 남북관계를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발언은 김 총비서를 향한 전략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 교수는 "잘못된 부분은 인정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약속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역설적으로 북한이 우리를 '예측 가능한 파트너'로 인식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분석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미 접촉→남북 대화' 선순환 구상 동력 이어가기…北 반응 여부도 주목

특히 정부가 오는 5월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간 대화 재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유감 표명은 향후 협상 환경 조성을 위한 '사전 신호' 성격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은 오는 5월 14~15일로 예정됐다. 정부는 이번 방중을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일정 수준의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대화 필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낼 경우, 이를 지렛대로 북미 간 접촉이 재개되고 나아가 남북 대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회동에 대해 "만나는 건 좋은 일"이라는 취지로 언급하며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정상 간 접촉의 시점과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북측의 반응 여부 역시 관심사다. 과거 정 장관 발언 직후 하루 만에 김여정 담화가 나온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북한이 신속히 입장을 낼지 주목된다.

불안정한 대외 정세와 함께 9차 당대회 결정 사항 관철에 매진하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도 한반도 긴장 고조는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라는 판단에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월 10일 서울 명동성당 미사 축사에서 "무모한 무인기 침투 사건과 관련해 북측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 당국자로서 처음으로 해당 사안에 대해 공식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2월 12일 김여정 당 총무부장은 담화를 통해 정 장관의 발언을 "비교적 상식적인 행동"이라고 평가하며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이례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다만 김여정은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 조치 마련도 요구했다. 특히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실질적 담보 조치를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이후 정 장관은 2월 18일 브리핑을 통해 무인기 도발 행위를 공식 인정하고, 접경지역 내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을 포함한 '3대 재발 방지 조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저녁 김여정은 다시 담화를 발표해 정 장관의 재발 방지 의지 표명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는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 필요성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대가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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