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특사, 한미 역할 분담 중요하지만…최근 여건 녹록지 않아"

성과 지속성 한계 지적도…"北, 일방적 파기 시 제어 수단 부족"

한반도 평화·협상 참고 그래픽./뉴스1 DB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정부의 대북특사 파견과 관련해 사전 환경 조성과 한미 간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6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대북특사 파견사례 분석과 정책적 고려사항' 보고서에 따르면 역대 정부의 특사 파견 사례를 검토하고 향후 정책 추진 시 고려해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대북특사가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 최고위급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협상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고 평가했다. 1972년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의 방북을 시작으로 50여년간 주요 전환기마다 특사가 파견돼 남북정상회담과 합의 도출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 등 총 여섯 정부에서 대북특사를 파견한 사례가 있다. 배경적 특징을 보면 냉전 시기 국제 관계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남북관계도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 파견된 사례와, '선(先) 남북관계' 변화를 통해 화해·협력에 기반한 평화관계로 전환하고 북미관계 개선 등을 주도할 필요성에 따라 대북특사를 파견한 사례 총 두 가지로 분류했다.

다만 최근 남북관계 상황을 고려할 때 특사 파견 여건은 녹록지 않다고 진단했다.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대남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2023년 12월 당 전원회의와 2026년 3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한을 '적대적 국가'로 규정하는 등 관계 개선 여지가 축소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대북특사가 남북관계 개선과 군사적 긴장 완화 등 위기관리를 위한 중요한 정책 수단이었지만, 성과의 지속성이 부족하다는 한계도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합의는 이후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 악화로 사실상 효력을 잃는 등 정책 효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1일 발간한 '대북특사 파견사례 분석과 정책적 고려사항' 보고서 갈무리
'7·4 공동성명' 1년 만 폐기 전례…북한 일방 파기 구조 한계

1972년의 '7·4 남북공동성명'의 경우 공동성명 실천을 논의하기 위해 10월에 열린 남북조절위원회 공동위원장 회의부터 커다란 시각차를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세 차례의 공동위원장 회의와 조절위원회를 통해 상호 이견을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1973년 8월 28일 북한은 사실상 공동성명의 폐기를 선언함으로써 약 1년여 만에 사실상 폐기됐다.

이는 대북특사를 통해 도출된 남북합의를 강제할 실효적인 방안이 없다는 것과 동시에 북한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하거나 도발을 감행할 때 이를 제어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따라서 향후 특사 파견을 위해서는 사전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태도 변화와 대화 분위기 형성 없이 특사 파견만으로 실질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또 북미 관계 진전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북특사가 먼저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북미관계 진전이 남북관계 개선으로 발전되도록 미국과의 전략적 역할 분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2월 제9차 당 대회를 통해 "조미(북미)관계의 전망성은 미국 측의 태도에 달려있다"며 "만약 미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헌법에 명시된 우리 국가의 현 지위를 존중하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힘으로써 북미대화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놓은 상황이다.

아울러 보고서는 대북특사 제도의 투명성과 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 보고 절차 강화 등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19대 국회에서는 '남북관계 발전(I,II) 특별위원회', '남북관계 및 교류협력 발전 특별위원회', 제20대 국회에서는 '남북관계 개선 특별위원회', '남북경제협력 특별위원회' 등 남북관계 개선을 목적으로 특별위원회가 구성·운영돼 왔으나 제21대 국회 이후로는 특별위원회가 구성되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발전법'에 규정된 내용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봤다. 대북특사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경우, 즉시 통일부 장관으로 하여금 소관 상임위원회에 통보하도록 하고, 아울러 파견된 대북특사의 임무 수행 결과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남북관계 및 대북정책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필요시 비공개 가능)하도록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신뢰성 있는 대북정책 추진과 함께, 대북정책에의 국민적 공감대 형성 및 지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