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3기'를 이끌 3세대 주요 간부들 [정창현의 북한읽기]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
북한이 노동당 제9차 대회(2월 19~25일)와 제15기 최고인민회의 제1차 회의(3월 22일~23일)를 통해 '김정은 3기'를 이끌 당·정·군의 지도부 인선을 마쳤다. 노동당 총비서와 국무위원장에는 김정은이 재추대됐고, 내각총리에는 박태성이 유임됐으며, 최고인민회의 의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는 조용원 전 노동당 조직비서가 새로 선출됐다.
이들 세 명과 신임 김재룡 조직비서, 리일환 선전비서가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구성한다.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시급히 제기되는 중대한 문제들을 토의결정'하는 노동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조용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에도 임명돼 당 조직비서에서는 물러났지만 여전히 당과 국가기구에서 중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57년생(추정)으로 김일성종합대학 물리학과를 나와 모교 교수로 재직하다 1990년대에 당의 핵심부서인 조직지도부에 들어가 30년 넘게 활동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가 후계자로 지명된 뒤부터 김 총비서의 측근으로 부상해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해 왔다. 2018년 9월 남북 정상회담 때 그를 만난 남측 관계자의 증언을 통해 그의 성향을 엿볼 수 있다.
"정상회담이 끝난 후 남북 정상이 백두산에 갔을 때였다. 남북 정상이 함께 움직일 때는 물론이고, 자신이 남측의 다른 인사와 기념촬영을 할 때도 조용원의 눈길은 잠시도 김 총비서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김 총비서가 손짓만 해도 바로 달려갈 준비태세를 하고 있었다. 조용하고 소탈하지만 날카로운 면모를 동시에 갖춘 간부라는 인상을 받았다."
국무위원회의 경우 박정천, 김영철, 리선권, 오수룡, 김여정이 빠지고, 김재룡 당 조직비서, 리히용 간부비서, 정경택 군정비서, 주창일 근로단체비서, 김덕훈 제1부총리, 김철원 최고검찰소장이 새로 선출됐다.
국무위원회를 총괄하는 업무를 조용원이 맡고, 경제분야는 박태성 총리와 김덕훈 재1부총리, 조직과 규율은 리히용 간부비서, 주창일 근로단체비서, 김철원 최고검찰소장, 대외분야는 김성남 당 국제비서와 최선희 외무상, 군사분야는 정경택 당 군정비서와 노광철 국방상이 맡는 구조다.
인민군을 정치적으로 지도, 통제하는 노동당의 군정비서에 임명된 정경택은 북한의 초대 부수상 겸 국가계획위원장을 지낸 정준택 전 정무원 부총리의 아들이다. 2016년 노동당 제7차 대회 때 국가보위상으로 전격 발탁됐고,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거쳐 당 비서국에 진입했다. 그는 조명록 전 총정치국장-리병철(전 공군사령관, 군수비서)을 잇는 3세대 공군 출신 군부인사다.
당 총무부장으로 승진한 김여정이 국무위원에서 빠진 것은 약간 의외다. 김 부장은 총무부장으로 승진한 후인 지난 3월 10일에도 대외담당 국무위원 자격으로 한미 연합연습을 겨냥한 담화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당내 업무에 집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로써 국무위원회에는 과거 '대남사업'에 관계했던 간부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게 됐다.
내각에는 제1부총리직이 신설돼 내각책임제가 강화되는 흐름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조직지도부 출신의 박태성 총리가 내각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경제관료 출신의 신임 김덕훈 제1부총리가 경제사업 실무를 주로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내각의 경우 60대가 총리와 부총리급에 포진하고, 상급(장관급)에는 대부분 40~50대의 4세대 신진 경제관료들이 등용됐다.
2020년 8월 비교적 젊은 나이인 59세에 총리에 올라 경제를 총괄했던 김덕훈 제1부총리의 경우 최근 여러 질책을 받아 해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정치국 위원으로도 임명돼 여전히 신뢰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1961년생으로 마흔 살에 이미 북한의 최대 기계생산공장인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 지배인으로 발탁됐고, 당시 '40대 지배인'의 선두주자로 평가받았다. 대학시절부터 사회주의 경제이론서를 즐겨 읽어 '이론파'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자강도 인민위원장을 거쳐 2014년 부총리로 발탁돼 고위 경제관료가 된 그는 이론과 현장 경험을 두루 갖춘 간부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당의 경제부서와 내각 고위직에 계속 기용되고 있는 듯하다.
이번 당·정·군의 인사개편을 통해 김정은 총비서의 친정체제가 더 확고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2012년 김정은체제 출범 초기에 그를 보좌했던 '혁명 2세대'의 마지막 주자였던 리병철, 박정천, 최룡해 등 70대 원로들이 퇴진하고, 김정은 1기와 2기 때 그와 호흡을 맞춰온 60대의 3세대 간부들이 당·정·군의 최고위 간부로 부상했다. 1950~60년대 천리마운동을 통해 성장한 세대가 지고, 1970~80년대 '3대혁명소조운동'을 통해 성장한 세대가 전면에 등장한 셈이다.
이번에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한 리일환 선전비서가 대표적이다. 항일빨치산의 손자인 그는 1960년 출생으로 만경대혁명학원을 나왔으며, 1998년 청년동맹 제1비서로 발탁된 후 승승장구하기 시작해 당 근로단체부와 선전선동부를 오가며 활동하다 김정은체제 출범 후 근로단체부장에 발탁된 인물이다. 그의 할머니와 아버지가 모두 북한의 국립묘지인 애국열사릉에 묻혀 있다.
둘째, 김정은 총비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당 조직지도부 출신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조용원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박태성 총리, 김재룡 조직비서, 리히용 간부비서, 김형식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모두 조직지도부 출신이다.
다만 조직지도부는 조직이 개편돼 과거보다는 역할이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조직지도부는 기본업무인 당 생활과 인사, 검열 등의 기본업무에 집중하고, 행정규율 업무는 규율조사부와 당 중앙검사위원회로, 군에 대한 당적 지도는 군정지도부로, 지방 발전을 위한 '비상설 중앙추진위원회' 업무는 신설된 당 건설부로 이관된 것이다.
셋째, 당의 군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고, 군의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어 김정은체제 출범 이후 장성이 된 인사들이 국방성, 총정치국, 총참모부와 각 군단의 책임자에 기용됐다.
대표적으로 5명으로 구성된 제9기 정치국 상무위원회에는 군 출신 인사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과거에는 정치국 상무위원 중에 1~2명이 군인 몫으로 선출됐지만 이번에는 군부 인사가 배제되고 대신에 선전선동 담당 비서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총참모장 출신의 박정천을 대신해 총정치국장 출신 정경택이 당 중앙위원회 비서 겸 군정지도부장에 임명되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기용된 것은 군에 대한 지휘와 작전 분야 전문성보다 당의 정치적·사상적 통제가 우선시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군의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 장성들의 계급이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이번에 군의 핵심부서인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기용된 김성기 중장(2스타)의 경우 2018년 김정은 총비서가 장성으로 진급시킨 4세대 군 간부로, 불과 8년 만에 인민군의 핵심 지위에 올랐다. 과거 총정치국장들이 차수나 대장 계급이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파격적인 세대교체가 아닐 수 없다. 리영길 총참모장(차수), 노광철 국방상(대장)을 제외하고 인민군 총참모부와 국방성도 중장과 소장급이 주요 보직을 차지했다.
또한 일선 군단장들도 세대교체가 점진적으로 단행되어 4세대로 볼 수 있는 40대가 주력으로 등장했다. 최근 새로 임명된 주성남 제2군단장, 정명남 4군단장, 리정국 5군단장, 홍철웅 제7군단장, 지영복 제9군단장 등을 비롯해 모든 군단장이 2010년대 후반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별을 달아준 인물들이다.
대표적으로 안영환 제1군단장의 경우 2019년 4월에 별을 달았다. 과거와 달리 군단장의 계급이 상장(3스타)에서 중장(2스타)으로 낮아졌고, 수도 평양을 방어하는 제91군단장은 중장에서 대좌로 두 계급이나 낮아졌다. 특히 김정은체제 출범 후 승진한 군 인사들 중에는 김정은 총비서가 2002년부터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정규 및 연구원 과정을 다닐 때 '동문 수학'했던 인물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의 문학잡지 조선문학 2023년 6월호에는 김 총비서가 2003년 12월 대학 동기들과 함께 떡메로 찰떡을 치며 전우애를 다졌다는 내용이 소개되기도 했다.
당에서는 조직지도부 출신들이, 내각에서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 경제관료들이, 군에서는 김일성군사종합대학대학 출신들이 잘 나가고 있는 셈이다.
한편, 2021년 제8차 당 대회에서 총비서를 대리하는 '당 중앙위원회 제1비서'직이 신설되었으나 9차 당 대회에서도 제1비서는 선출되지 않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제1비서직이 '후계자 김주애'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김여정 총무부장이 사실상 제1비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5년 만에 다시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출된 그는 총무부의 역할을 확대하고, 조직지도부와 서기실 업무에도 일부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심을 끌었던 김주애는 9차 당 대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당 대회가 끝난 후 기념 열병식에만 참석했다. 아직까지 후계자로 공식 지명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opini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편집자주 ...북한 정치·군사·사회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등 북한 수뇌부에 대한 '리더십 해석'을 통해 반 발짝 앞서 북한의 변화를 읽어낸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은 서울대 대학원(국사학과)을 마치고 중앙일보 현대사연구소 전문기자를 거쳐 국민대·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국가기록원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