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에서 '사회주의' 빼고 '경찰' 제도 도입…'정상국가' 추구하는 북한
김일성 때부터 써오던 '사회주의 헌법' 개칭
통상 서구 국가에만 있던 '경찰' 조직 신설도…김정은이 직접 연설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북한이 한국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헌법 명칭에서 '사회주의'라는 단어를 빼고, '경찰' 제도를 새롭게 도입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그간 사회주의 국가로서 갖고 있던 정체성을 지우고 정상 국가로서의 모습을 표방하고 있다는 분석이 24일 제기된다.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인 23일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 소식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 헌법'이라는 기존 명칭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으로 바꿨다. '사회주의'라는 말을 콕 집어 뺀 것은 북한이 그동안 견지해 온 사회주의 체제로서의 정체성보다는 '국가' 자체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1972년 김일성 국가주석 시대에 처음 등장한 사회주의 헌법이라는 표현을 개칭한 것은 선대가 만든 제도적 그늘에서 벗어나 '새로운 김정은 시대'의 도래를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해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 세계에서 사회주의 헌법이라는 명칭을 가진 국가는 북한이 유일하다"며 "통상적인 주권국가들의 헌법 명칭을 따라감으로써 향후 더 많은 국가와 제약 없이 외교 관계를 넓히겠다는 의지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전날 김정은 당 총비서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조만간 '경찰 제도'를 새롭게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정상국가 이미지를 따라잡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김 총비서는 "국가의 내부안전과 사회적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적 규제를 완비하고 우리의 법률제도와 국가사회제도를 더욱 공고하게 발전시키기 위해" 경찰 제도 도입이 꼭 필요하다며, 관련 사안을 차후 최고인민회의에서 정식으로 심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이라는 말 자체도 나쁜 것이 아니다. 치안유지사업을 보다 높은 수준에서 진행하기 위해 법투쟁분야를 세분화, 전문화한 경찰 제도를 수립하는 것은 당연하고 유익한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통상 '경찰'이라는 말 자체가 서구 국가들 사이에서 사용돼 온 점을 의식해 주민들의 심리적 반발이나 경계심을 잠재우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만큼 경찰 제도 도입이 파격적인 조치라는 사실을 방증하는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김 총비서는 "경찰 제도를 내오면 국내에서 법기관들 사이의 사업한계를 명백히 구분하여 호상 연계와 협동을 원만히 보장하고 다른 나라 경찰기구들과의 협조를 실현하는 데도 유리하다"며 향후 다른 국가 경찰 조직들과 협력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간 북한에서는 국가보위성이나 사회안전성, 사회안전군 등의 조직이 경찰 역할을 맡아왔다. 국가보위성은 대내외 정보 및 정치사찰·방첩·해외공작과 최고지도자 보호 중심의 비밀경찰 기관이며, 사회안전성은 체제 보호와 사회질서 유지에 초점을 둔 치안·주민 감시·통제기관이다. 경찰 조직의 등장으로 이 기관들의 역할과 구조에도 앞으로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북한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국가보위성'을 '국가정보국'으로 개칭하기도 했다. 이 역시 미국의 중앙정보국(CIA)나 한국의 국가정보원(국정원) 등을 참고해 국제사회에서보다 전문적이고 현대적인 정보기관으로 비치는 효과를 노린 것로 보인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기존에 북한은 경찰제도를 자본주의 세계의 제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이같은 부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직접 연설에서 언급하며 제도 도입을 강행하는 것은 정상국가화 차원에서 통상 국가의 '경찰' 이미지를 적용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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