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韓 배척하고 무시할 것"…'두 국가' 헌법 반영은 불확실(종합)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로 적대적 메시지 지속…"가장 적대적 국가"
전문가 "전략적 모호성 극대화 차원…행동 범위 유연성 확보"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한국이 '가장 적대적 국가'라며 철저히 배척하고 무시하겠다는 강경 기조를 재확인했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 2일 회의가 23일에 진행됐다"며 김 총비서가 회의에 참석해 앞으로 국정 운영 구상을 담은 시정연설을 했다고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하고 가장 명백한 언사와 행동으로 철저히 배척하고 무시하면서 다뤄나가며 우리 공화국을 건드리는 한국의 행위에 대해서는 추호의 고려나 사소한 주춤도 없이 무자비하게 그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라고 선언했다.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지난 2023년 12월부터 이어 온 '남북 두 국가' 정책 혹은 관련 정책의 기조를 헌법에 반영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최고인민회의가 법 제정 및 개정 등을 다루는 기관이기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 관련 내용이 공개될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노동신문은 이날 보도에서도 김 총비서의 강경한 대남 메시지 외에 '두 국가' 정책의 헌법 반영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김 총비서가 시정연설 서두에서 "최고인민회의 15기 1차 회의는 국가 발전의 필수적 요구를 반영해 공화국 헌법에서 일부 내용을 수정·보충(개정)했다"라고 밝혔기 때문에 맥락상 남북 두 국가 정책의 헌법 반영 조치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헌법에 '두 국가'를 명문화할 경우 새로운 영토 및 영해·영공을 설정하는 조치도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이날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군대의 활동이나 김 총비서의 공개활동 등을 통해 세부 내용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헌법을 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적대적 두 국가' 조항과 '영토 규정' 등의 구체적 조문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상대방에게 공포심과 불확실성을 동시에 주어 향후 정세 변화에 따라 자신들의 행동 범위를 유연하게 조절하려는 계산"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김 총비서는 시정연설에서 '핵보유국'이라는 주장을 더욱 강화했다. 이번 헌법 개정에서 핵보유국 입지 강화를 위한 조치도 있었을 것으로 분석되는 대목이다.
그는 "공화국 정부는 핵보유국 지위를 절대불퇴로 계속 공고히 다지며 적대세력들의 온갖 반공화국 도발 책동을 짓부숴 버리기 위한 대적 투쟁을 공세적으로 벌여나갈 것"이라며 "우리 국가의 주권적 권리와 안전이익, 발전권을 침해하려는 세력들의 책동은 결단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은 지금까지 평화를 거절해 본 적이 결코 없으며 가장 평화애호적인 입장으로부터 평화 수호의 제일 믿음직한 수단을 틀어쥐기 위한 노력을 조금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며 "이는 자신의 안전 담보뿐 아니라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안과 지속적인 평화 보장을 위한 가장 책임 있는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비서는 그러면서 "공화국 헌법이 부여한 사명과 국가핵무력 강화 노선의 요구에 맞게 자위적 핵억제력을 더욱 확대·진화시키며 공화국 핵무력의 신속 정확한 대응태세를 만반으로 갖추어 국가와 지역 안전의 전략적 위협들을 철통같이 관리해 나갈 것"이라며 핵무력 강화를 정당화했다.
특히 "예측불가능성은 오늘의 세상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예측할 수 있는 정세 전망"이라면서 "평화가 나약함의 표시가 아니라 강자의 선택으로 되자면 강력한 힘이 수반되어야 한다"라고 말해 핵 보유를 복잡한 정세에 대응하는 외교안보 전략 중 하나로 분명히 했음을 강조했다.
김 총비서는 또 "미국이 세계 도처에서 국가테로(테러)와 침략 행위를 자행하고 있지만 오만무도한 미국의 강권과 만용은 지배와 예속을 반대하고 자주와 평등을 실현하려는 진보적 인류의 의지를 위축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주세력의 반미 감정과 증오심을 격발시키고 단결과 항거로 떠밀고 있다"라고 주장하며 미국의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 이란 공습과 지도부 제거 등을 비난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으로 개칭하고 수정·보충된 법초안의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해설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그간 군의 파생 조직이 경찰 역할을 맡아온 것과 다른 '경찰' 제도를 새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북한이 '정상국가화' 조치를 지속 이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 밖에도 작년 예산 집행 결과를 결산하고 분야별 올해 예산 배정도 이번 회의를 통해 진행했다.
입법기관인 최고인민회의는 북한 헌법상 최고 주권기관으로, 노동당의 결정을 법과 제도로 만들어 추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김 총비서는 이번 회의를 통해 새로 임명된 내각의 간부들과 지난 15일 선거에서 15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선출된 이들을 만나 격려했다. 김 총비서를 '국가수반'인 국무위원장으로 재추대한 것과 1차 회의 성과를 축하하는 예술 공연도 같은 날 진행됐다.
youm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