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마라톤은 취소한 北, 中 열차는 왜 개방했을까[한반도 GPS]

대규모 국제 행사 통제 부담 해소 못 했나…'방역' 문제일 수도

편집자주 ...한반도 외교안보의 오늘을 설명하고, 내일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한 발 더 들어가야 할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짚어보겠습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평양 국제마라톤대회.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과 중국을 잇는 열차와 항공편이 잇따라 재개될 예정입니다.

중국 철도 당국은 지난 12일부터 단둥~평양 노선을 매일 1회, 베이징~평양 노선을 주 4회 운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에어차이나(중국국제항공)도 오는 30일부터 베이징~평양 노선 운항을 재개할 계획입니다.

이와 맞물려 중국 여행사들도 북한 관광 상품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모객에 나서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아직 공식적인 관광 개방을 발표하지 않았음에도, 북·중 간 인적 교류 확대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북한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 중 하나인 평양국제마라톤 대회는 개최를 한 달가량 앞두고 돌연 취소됐습니다. 대회 공식 파트너사인 고려투어스는 지난 9일 대회 취소 소식을 전했는데, 이미 참가자 모집이 완료되고 참가비까지 납부된 상황에서 전액 환불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양국제마라톤은 매년 수백 명의 외국인이 참가하는 대표적인 관광 상품으로, 북한의 외화벌이에 기여해온 '효자 상품'으로 평가됩니다. 북한이 관광 확대를 위한 사전 조치로 보이는 북중 열차·항공 노선은 재개하면서도, 이미 예정된 행사는 취소하는 상반된 조치를 내린 것은 분명 특이한 장면입니다.

'북중 관계 확실히 푼다'는 신호…무역 지표도 증가세 명확

북한이 중국과의 교통망을 재개한 것은 우선 북중관계를 확실히 풀어가고자 한다는 신호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최근 양측의 무역 흐름만 봐도 이런 방향성은 명확해 보입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2026년 1~2월 북·중 교역액은 29억 4038만 위안(약 635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6% 증가했습니다. 특히 같은 기간 북한의 대중 수출은 34.1%, 중국의 대북 수출은 16.2% 늘었습니다.

연간 기준으로도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5년 북·중 무역액은 약 195억 5000만 위안(약 4조 2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약 2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코로나19로 교역이 급감했던 2021년 약 20억 위안(약 3800억 원) 수준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입니다.

다만 현재 교역 규모는 대북제재 이전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합니다. 북·중 무역은 2017년 약 343억 위안(약 6조 5000억원)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국제 제재와 코로나19 국경 봉쇄 영향으로 급감했는데, 최근 철도와 항공 노선 재개 등 교류 확대 조치가 교역 증가를 뒷받침하며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과의 교류를 전면 활성화하면서도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국제행사를 취소했습니다. 이는 외부 인력 유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선별적 개방'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6월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시아청소년탁구선수권대회도 무산됐습니다. 아시아탁구연합(ATTU) 집행위원회는 북한의 입국 비자 발급 지연과 국제 항공 이동 및 장비 운송에 따른 물류 문제 등 대회 준비 과정에서 필수적인 협조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개최권 회수의 이유로 설명했습니다.

집행위 측은 대회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 1월 평양 현장 실사를 추진했으나, 북한이 관계자들의 입국을 위한 비자 발급에 협조하지 않아 실사가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정세에 맞춘 조치라는 해석도…여름철 中 관광객 유입 확대 가능성

일각에서는 국제 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북한이 최근 중동사태 등 불안정한 정세로 인해 우방국이 아닌 외부 인력의 대규모 유입을 기피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방역에 예민해진 북한이 여전히 이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실제로 평양국제마라톤은 방역 문제에 영향을 받았던 대회입니다.

2015년에는 아프리카에 발생한 '에볼라 사태'를 이유로 외국인 참가를 전면 금지했다가 열흘도 채 되지 않아 이를 번복하고 다시 허용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첫 대회는 팬데믹 5년 만인 지난해에서야 열렸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여전히 방역 문제에 대한 '완전한 대책'을 세우지 못해 관광 개방의 폭을 넓히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초에 진행한 '나선 관광'의 사례는 북한이 개방을 시도했다가 내부 통제 문제로 다시 문을 닫은 대표적 사례입니다.

북한은 코로나19 이후 첫 관광 재개 지역으로 나선특별시(라선경제특구)를 선정해 2023년부터 러시아에만 제한적으로 단체 관광객 입국 승인을 해오다 2025년 2월 중순부터 미국을 제외한 서방 관광객들에게도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관광 재개 이후 불과 3주 만에 북한 당국이 별다른 공식 설명 없이 관광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은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없지만 외부에서는 서방 여행객들이 언론 인터뷰와 개인 SNS를 통해 '북한의 실상'을 고발하는 내용의 후기를 공개하자 이를 불편하게 여긴 북한 당국이 다시 문을 닫았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방역 문제가 더 비중 있게 고려됐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만 북·중 간 교통·물류 중심의 개방은 갈수록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약 10년 가까이 공을 들여 조성한 강원도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를 지난해 개장한 만큼, 중국인 관광객 유입은 사실상 필수적인 요소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국제 제재와 정치적 제약으로 서방 관광객 유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지리적 접근성과 정치적 안정성을 동시에 갖춘 중국인 관광객은 매우 중요한 고객입니다. 이에 따라 북·중 간 항공·철도 노선 재개와 맞물린 중국인 단체 관광객 확보 여부가 북한 관광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