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km 사정권" 언급한 김정은…한미 겨냥한 '정밀타격' 위협
한국 사정권에 둔 초대형 방사포 10여발 발사
'방위' 명분 내세우면서도 '파괴적 공격' 가능성 시사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600㎜ 초정밀 다연장 방사포 타격훈련을 참관하며 "420㎞ 사정권 안에 있는 적들에게 불안을 줄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국의 수도권과 주한미군의 주요 기지들이 타격 범위 내에 있음을 콕 집어 언급한 것으로, 북한이 이번 훈련을 통해 한미를 겨냥한 정밀타격 위협의 신호탄을 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총비서가 전날인 14일 딸 주애와 함께 '600㎜ 초정밀 다연장 방사포 화력 타격훈련'을 참관했다고 15일 보도했다.
훈련을 지켜본 김 총비서는 해당 무기가 "철저히 방위를 위한 것"이라면서도 "방위적 성격의 이 억제수단들이 국가주권안전에 대한 외세의 무력도발과 침공을 예방하지 못할 경우 이 방위수단들은 즉시에 제2의 사명, 즉 거대한 파괴적 공격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본적으로는 외부의 공격을 억지하기 위한 용도를 갖고 있지만, 억지에 실패하면 상대를 타격하기 위한 공격용으로도 쓰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 무기가 "우리에 대한 적대심을 가지고 있는 세력 즉 420㎞ 사정권 안에 있는 적들에게는 불안을 줄 것이며, 전술핵무기의 파괴적인 위력상에 대한 깊은 파악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 총비서가 '420km 사정권'을 직접 언급한 것은 해당 무기가 한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수도권은 물론 평택·오산·군산 등의 주한미군 비행기지들이 위치한 중부권 이남까지 아우르는 범위다.
지난 9일부터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 (Freedom Shield·FS)가 개시된 상황에서 이같은 훈련을 진행한 것은 북한이 한미 양국의 군사 협력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고, 동시에 자신들의 강화된 군사력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이 미사일 10여발을 동시에 쏜 것은 매우 이례적인데, 이는 자신들이 한미의 사드(THAAD)나 패트리엇(PAC-3) 체계가 한번에 요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이른바 '과포화 공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이날 김 총비서는 "평화는 바라는 게 아니라 지켜내야 하는 것"이라며 이같은 훈련이 "앞으로도 수시로 진행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겉으로 '방위'와 '전쟁 억제'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앞으로 한미를 겨냥한 핵·미사일 개발을 더욱 노골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북한이 전술핵의 제1사명을 전쟁 억제 수단, 제2사명을 공격 수단이라고 밝히면서 본인들이 느끼기에 위험한 상황이라면 언제든 선제 공격을 할 수 있다는 핵 교리를 내세우고 있다"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김 총비서의 메시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 간 북미대화를 둘러싼 논의가 있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북한이 일종의 불편함을 내비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20여분 간 북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이 미국 또는 나와의 대화를 원하는지 궁금하다"고 물어보는 등 여전히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을 표했다고 전했다.
이에 김 총리는 "북한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원할지, 그리고 관계진전을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몇가지 말씀을 드렸다"면서, 이를 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호응하며 옆에 있던 보좌관에게 모종의 지시를 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북한이 줄곧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지으며 대화할 뜻이 없다고 선을 그어온 상황에서, 이처럼 한국 정부가 북미 대화 일정을 중재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는 것에 부담감 내지는 불편함을 느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김 총비서는 지난달 진행된 노동당 제9차 대회에서도 미국을 향해서는 "만약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 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대화 여지를 열어뒀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철저한 적대국이자 영원한 적"이라며 관계 개선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한 바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입장에서는 북미관계에 대한 자신의 전략적인 판단을 현재 적대국으로 규정한 한국의 총리가 추측해 미국에 전달하는 것에 대해 자존심이 상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중재는 비공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 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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