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李 정부 대북정책 '종착역'으로 '남북 연합 체제' 필요"
13일 정동영 장관 주재 '한반도 평화전략 자문단' 회의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3일 "이재명 정부가 한반도 평화 공존을 대북정책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그 '종착역'이 어디인가에 대한 명확한 제시는 없었다"며 "그 끝은 남북 연합 체제라는 점을 공식 발표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 주재로 열린 '한반도 평화전략 자문단' 3차 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조언했다.
그는 "(우리가) 남북 간 교류협력을 추진하며 쉽게 말해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 '북한 체제를 인정한다'고 말하지만 결국 북한 입장에서는 흡수통일로 끌고 가는 거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평화 공존이라는 정책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를 제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989년 노태우 정부에서 처음 제시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언급, "대북정책 로드맵의 마지막 단계는 남북 연합이라는 점을 정부가 공식 발표해야 남북관계가 지금보다 나은 상태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북한을 멀리 도망가지 못하게 만드는 방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남북 화해·협력→남북 연합→통일국가'의 3단계로 구성돼 있다. 양측이 군사적 충돌이나 흡수통일 없이 신뢰 구축을 통해 점진적으로 통일을 추구한다는 구상이다. 정 전 장관은 이를 배경으로 남북이 우선 평화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남북 연합으로 간다는 방향성을 명확히 해야 북한이 '오판'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으로 보인다.
이에 정동영 장관은 "평화 공존에 머무르지 않고 그다음 틀을 제시해야 한다는 말씀을 잘 알겠다"라고 호응했다. 이어 중동사태를 두고 "6700㎞ 밖의 전쟁이 한반도를 흔들고 있다"며 "평화는 관념이 아니라 실제 삶과 직결됐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달 31일부터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북미 대화 가능성도 논의됐다.
이혜정 중앙대 교수는 "지금 미국이나 중국에게 최우선 과제는 한반도 문제가 아니다. 북미 정상회담은 당장 바늘구멍이 뚫릴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에만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미중 정상이 올해만 4차례 회담하겠다고 밝힌 만큼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피스메이커 역할까지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개최된 노동당 제9차 대회에서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강화한 것을 두고는 우선 양측 간 적대성 완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최은주 세종연구소 박사는 "두 국가 개념은 우선 미뤄두고 적어도 양측 간 적대성이 사라진다면 이웃으로서의 공존관계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나"라며 "최근 북한은 군사적 흡수통일보다도 문화적 흡수통일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남북 간 교류를 내세울 때도 이런 부분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김정섭 세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억제력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어떤 방식의 억제를 추구할 것인가는 잘 생각해야 한다"며 적대성 해소를 위한 군비통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이번 당 대회에서 '총알(군사력)도 사탕(경제력)도 모두 챙기겠다'고 밝힌 것에 주목하며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군사력에만 올인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군비 통제 노력에 따라 북한의 총알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날 회의는 작년 12월 3일과 지난 1월 15일에 이어 세 번째로 개최된 것으로,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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