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으로 다가온 트럼프 방중…北美, 대화 여력 있을까 [한반도 GPS]

이란 사태로 복잡한 트럼프, 미중 정상회담 대응도 벅차
줄어든 북미 대화 가능성…'4월 한반도의 봄'은 일단 뒤로

편집자주 ...한반도 외교안보의 오늘을 설명하고, 내일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한 발 더 들어가야 할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짚어보겠습니다.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19.06.3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약 3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베이징에 머물며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관세부터 대만 문제까지 여러 현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미국의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는 건 지난 2017년 이후 처음이라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역시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예의 주시해 왔습니다. 그동안 북한과 대화하고 싶다는 뜻을 일관되게 밝혀온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전후로 김정은 북한 총비서에게 다시 '만나자'고 제안한다면, 두 사람의 만남이 급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김 총비서와의 회동이 불발되자 "나는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면서 "김 총비서에 대한 존중을 가지고 다시 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을 '피스 메이커'로 한국을 '페이스 메이커'로 부르면서 북미 대화의 중재자 역할을 통해 남북 대화까지 복원하겠다는 구상을 펴왔죠. 특히 남북관계가 어느 때보다 악화한 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한반도 분위기의 변화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적지 않았습니다. 정동영 장관은 올해 4월을 '관건적 시기' 혹은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美 이란 공격에 북미 대화 가능성 작아져…北은 여전히 한국 외면 기조
이란 수도 테헤란 메흐라바드 국제공항 인근 아자디 타워 주변에서 공습으로 인한 화염이 일고 있다. 2026.03.07 ⓒ AFP=뉴스1

그러나 최근 이같은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일들이 연이어 벌어졌습니다. 우선 김 총비서는 지난달 개최한 북한의 최대 정치행사인 노동당 제9차 대회에서 남북관계의 개선 여지에 다시 한번 선을 그었습니다. 한국은 '영원히 동족이 아니다'라며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분명히 할 뿐 아니라, 한국의 '완전 붕괴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위협 수위를 높였습니다.

이어 지난달 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며 벌어진 중동사태 역시 한반도 평화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우방국인 베네수엘라의 정권 교체를 시도한 데 이어 핵 협상을 진행 중이던 이란과의 전면전까지 치르면서, 김 총비서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더욱 '믿을 수 없는' 상대가 됐기 때문입니다.

이미 트럼프 1기 시절 미국과의 협상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김 총비서가, 한층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굳이 대화 테이블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한편으론 미국이 과연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여력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대외적으로는 4년째 장기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격화한 이란과의 전쟁을 동시에 치러내야 하고, 내부적으로는 11월 상·하원 선거(중간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만나 중국과의 '대결 구도'의 출구를 찾는 데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국 주도의 북미 대화까지 힘을 발휘하기엔 어깨에 얹은 짐이 너무 무거울 것이라는 진단입니다.

'한반도 평화 모멘텀' 마련, 당장은 어려울 듯…장기적 정세 변화 기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무인기 사건 관련 입장 및 재발방지대책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6.2.18 ⓒ 뉴스1 임세영 기자

연이은 악재가 겹치자, 남북관계의 주무부처인 통일부에서는 다소 침체된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정동영 장관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 무인기 공작과, 민간 무인기의 대북 침투 사건을 두고 유감을 표명하자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당시 부부장)이 나름 반응을 보이며 양측 간 대화 기류가 형성된 순간도 있었기 때문에 미국의 중동 공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것입니다.

앞서 정 장관은 4월 미중 정상회담 이전에 '한반도평화특사'로서 중국을 방문해 남북대화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는데요. 이 역시 3월 중국의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예상치 못한 중동사태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도 한반도 정세에 유의미한 변화가 생기기는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부도 현실을 인정하며 이제 북미 대화에 조급한 희망을 걸기보다는 한국의 장기적인 역할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 정부 당국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처럼, 최악의 남북관계 속에서도 뭐라도 해볼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 아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지난달 노동당 9차 대회에서 김 총비서가 한국을 향해 내놓은 말들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볼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그는 당시 "한국과의 관계에서 남은 건 아무것도 없으며, 있다면 우리 국익에 준한 냉철한 계산과 철저한 대응 뿐"이라고 했는데요.

언뜻 보면 한국을 매정하게 쳐내는 말에 불과해 보입니다. 하지만 일종의 원망과 허무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자신들의 '계산'과 '대응' 전략을 바꿀 상황이 마련된다면 한국에 대한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