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란 전쟁'을 어떻게 볼까 [정창현의 북한읽기]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
북한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군사행동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일 북한 외무성은 담화를 통해 "미국의 대이란 군사적 위협이 현실적인 군사적 침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가능한 예측 범위 내에 있었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후안무치한 불량배적 행태'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했다. 그러나 이란에 대한 공개적 지지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제한적인 이란 공습 때와 비슷한 수준의 반응이다.
이후 북한은 일체 이란 사태에 대해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지난달 개최된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에서 제시된 목표를 관철하기 위한 결의대회와 결정서 학습 등의 정치행사들이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도 외무성 담화가 나온 날 군부대가 아닌 상원시멘트공장을 방문해 경제 건설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 3월 8일에는 정치국 위원들과 함께 부부 동반으로 국제부녀절 행사에 참석했다.
물론 북한도 장기전으로 변모된 이란 사태의 파장을 예의 주시하며 다양한 각도에서 이번 '군사작전'을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미국의 이른바 '코피작전'(bloody nose strike)의 구체적 실행 과정, 이에 대한 이란의 대응작전 등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북한에 많은 시사점과 분석자료를 제공해 줄 것으로 보인다. 가상 시나리오와 실제 진행 상황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군의 전반적인 군사작전 체계, 초음속 미사일 대비 방공자산의 효용성, 상대적으로 값싼 드론의 활용성, 미군 폭격에 의한 지하 요새의 파괴 정도, 이란의 주변국 미군기지 타격이 미치는 영향 등을 정밀 분석할 것으로 보인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군이 독재국가나 테러조직을 상대로 가장 즐겨 써온 수단은 적진 깊숙이 침투해 핵심 지휘부를 정밀 타격하는 '코피작전'(bloody nose strike)과 적의 수뇌부만 제거하는 '참수작전'이다. '예방전쟁', '선제타격' 개념에 따라 이뤄지는 두 작전은 동시에 추진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월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군사작전이었다. 미군의 F-22A 랩터와 F-35A 같은 스텔스 전투기가 방공망을 무력화하고, B-1B 전략폭격기가 요새를 초토화하는 사이, 제160특수작전항공연대(160th SOAR)의 특수전 헬기들이 베네수엘라 수도에 침입해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작전은 트럼프 1기 시절 북한 핵 프로그램 폐기를 위해 검토된 소규모 선제공격 시나리오와 유사한 방식으로 수행됐고, 한반도에서는 연례적으로 연습이 진행되고 있는 형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한미 특수작전 훈련인 '티크 나이프'(Teak Knife)다. 과거 비공개로 진행되던 이 훈련은 윤석열 정부 들어 이례적으로 공개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3월의 한미 연합 특수타격훈련, 7월의 해병대 군수단 연합훈련, 8월의 해상 침투훈련에 이르기까지 특수부대들의 연합 군사연습이 실행됐다.
이러한 한미군사연습에 대해 북한은 "철두철미 우리 국가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목적으로 한 노골적인 핵전쟁 시연", "가장 포괄적이고 공격적인 침략전쟁 연습"이라고 규정하고 반발해 왔다.
그런 측면에서 미군의 이란을 대상으로 하는 '코피작전'과 '비밀작전'은 북한에 전혀 새로운 상황이 아니다. 북한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참수작전', '예방전쟁', '선제타격' 등 미국의 군사작전에 대해 대응 시나리오까지 공개하고 있다.
먼저 북한은 참수작전에 대해 "미국이 평양을 석권하고 핵과 전략로케트(미사일)를 사용할 수 없도록 수뇌부를 제거하는 작전"으로 판단한다. 이에 대응해 북한은 "세계 일류급의 특수작전군이 준비돼 있고, 선제적인 보복작전에 진입할 것"이라며 맞대응 방침을 밝혔다. 북한은 김정은 총비서가 인민군 제525군부대 직속 특수작전대대 전투원들의 청와대 타격 전투훈련을 참관하거나 언론매체들을 통해 청와대를 습격하는 훈련 영상을 지속해서 공개하고 있다. 국방백서에 따르면 인민군은 20만 명 수준의 특수부대를 운영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예방전쟁', '선제타격'을 거론할 때마다 이에 대한 대응책도 공개적으로 밝혔다. 북한은 예방전쟁에 대해 "북한의 핵 및 로케트기지를 타격해 미국에 대한 위험을 미리 막는 침략전쟁개념"으로 정의한다. 그러면서 미국이 북한을 대상으로 예방전쟁을 시도하면 "전면전쟁으로 대응하겠다"며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둔 다양한 핵 타격수단들이 준비돼 있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임박하고 심각한 적의 위협을 미리 제거"하는 '선제타격'에 대해서는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다"라며 북한도 선제타격을 할 수 있다고 공공연히 위협하고 있다. 우리의 합동참모본부와 같이 군사작전을 지휘하는 인민군 총참모부는 한발 더 나아가 "서울을 포함한 한국군 제1·3 야전군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라고 위협한 사례도 있다.
북한은 참수작전에 투입되는 병력과 장비가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보이면 즉각 선제적인 작전에 들어갈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바 있고, 최근에는 전술핵무기의 사용 가능성도 내비쳤다. 북한이 밝힌 1차 타격 대상은 청와대와 통치기관, 2차 타격 대상은 아시아태평양지역 미군 기지와 미국 본토다.
북한은 반대시위를 조직해 정권교체를 시도하는 '비밀작전'에도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비밀작전에 대해 "이라크와 리비아에서 적용한 바 있다"며 "북한 내부에 침투해 혼란을 조성하고 심리전과 배합해 북한의 제도를 붕괴"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다른 나라와 달리 수령 중심의 '일심단결'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비밀작전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실제로 침투의 성격이 다르지만 북한 안에서의 '비밀작전'이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가 공개되기도 했다. 2025년 9월 5일 뉴욕타임스는 2019년 1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해군 특수부대가 CIA에서 새로 개발한 도청 장치를 북한에 설치하기 위해 동해안으로 침투했다가 현지 민간인에게 발각되자 이들을 사살하고 퇴각한 작전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최근 북한은 미군의 군사작전에 대한 대응 수준을 핵무기 중심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2024년 4월 처음으로 실시한 '핵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이 대표적 사례다. 북한이 핵무력과 미사일 분야에서 무기체계 중심의 성능과 운용, 전술 측면에서 시험과 훈련을 해오던 단계에서 핵무기와 방사포, 미사일을 종합해 전술 운용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명분은 한미 공군의 연합편대군 종합훈련과 함께 핵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 한미 특전부대들의 연합공중 침투훈련에 대한 대응이었다.
이에 대응해 한국과 미국도 북핵 위협 맞춤형인 핵·재래식 통합(CNI) 도상연습(TTX) '아이언 메이스'(iron mace·철퇴)를 2024년 8월부터 지난해까지 3차례 진행했다.
미국의 이란 공습 직전에 끝난 9차 당 대회에서 북한은 한반도와 주변 지역이 항시적인 불안정과 긴장 격화 상태에 있다며 "힘이 약하면 제재와 침략의 희생물이 돼 궁극에는 주권도, 영토도 강탈당하게 된다는 것이 국제사회가 오늘의 냉혹한 지정학적 형세를 통하여 보는 현실이며 되새기게 되는 교훈"이라고 밝혔다. '힘의 의한 안보', '힘의 의한 균형'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새로운 5개년 국방발전계획의 핵심 내용을 요약해 소개했다.
"여기(국방발전계획)에는 축적된 기술들을 종합화하여 더욱 강력해진 지상 및 수중발사형의 대륙간탄도미싸일종합체와 각이한 인공지능무인공격종합체들, 유사시 적국의 위성을 공격하기 위한 특수자산과 적의 지휘중추를 마비시키기 위한 매우 강력한 전자전무기체계들, 더욱 진화된 정찰위성들이 포함될 것이다."-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북한이 이미 이란 사태가 터지기 전에 이미 예방전쟁, 선제타격에 대응하는 다양한 전술핵 반격수단의 개발과 운용, 전자전과 정보전에 대한 대비 등을 염두에 두고 국방력 강화 목표를 세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3~4일 신형 5000톤급 구축함 '최현호'에서 전략순항미사일을 연속 발사해 '해군의 핵무장화'를 예고했다. 평양 혹은 지도부가 공격을 받더라도 다양한 수준에서 상대방에게 즉각 보복할 수 있는 '2격 핵능력'을 완비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지역을 억제하기 위한 주력타격수단들인 600㎜ 방사포와 신형 240㎜방사포체계들, '작전전술미사일종합체'들을 연차별로 증강배치하여 집초공격의 밀도와 지속성을 대폭 제고함으로써 전쟁억제력의 핵심부문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집초(集焦)공격이란 화력을 집중해 목표물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의미로, 유사시 방사포 등으로 한국의 전략목표를 타격하겠다고 위협한 셈이다.
북한의 새로운 국방계획은 연쇄적으로 한국의 안보적 대응으로 이어질 것이다. 다만 도발과 안보 위협을 내세운 남과 북의 군사적 경쟁과 대치는 한반도를 '가장 위험한 화약고'로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파괴의 공포로 인해 전쟁 가능성을 낮췄다는 분석도 있다.
이란 및 북한을 직접 방문해 당국자들과 핵 문제를 직접 협의한 경험이 있는 제임스 월시 MIT 안보연구프로그램(SSP) 선임연구원은 최근 한겨레신문과 인터뷰에서 현재의 한반도 상황을 일종의 '방어적 균형'(defensive equilibrium) 상태로 평가했다. 그는 "역설적으로 지금은 한반도에서 하나의 안정적 균형점"을 형성하고 있어 "전쟁 가능성이 줄어들고 (한반도 주변) 각국이 자신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공포의 균형'으로 실제 전쟁 위험도는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란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가운데 한국과 미국은 오는 19일까지 상반기 정례 연합연습인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FS)를 진행한다.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 지난해보다는 훈련 규모가 절반가량 축소됐다.
과거 한미의 FS 연습 때마다 '북침 연습'이라고 비난하며 미사일을 발사했던 북한의 대응 수위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란 사태에 총력을 기울이는 미국을 의도적으로 자극하거나, 미국의 대비태세에 혼선을 주기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북한이 9차 당 대회에서 '비례성 대응'을 일관된 방침으로 밝혔고, 15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와 뒤이어 헌법 개정을 논의할 최고인민회의 소집이 예정돼 있는 만큼 대응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회에서 경제건설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북한이 3월 말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을 자극하며 굳이 군사적 긴장감을 높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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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북한 정치·군사·사회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등 북한 수뇌부에 대한 '리더십 해석'을 통해 반 발짝 앞서 북한의 변화를 읽어낸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은 서울대 대학원(국사학과)을 마치고 중앙일보 현대사연구소 전문기자를 거쳐 국민대·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국가기록원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