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바라보는 北 계산법…'美 전략 분산·반미 연대·도발 변수'
美 외교·군사 역량 분산 속 '전략적 공간' 확대 가능성
외무성 담화로 美·이스라엘 규탄…하메네이 사망엔 침묵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이스라엘과 이란을 둘러싼 중동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북한이 국제 정세 변화를 대외 전략에 어떻게 활용할지 8일 주목된다. 미국의 외교·군사 역량이 중동으로 분산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반미 메시지를 강화하는 한편 한반도 정세 관리에서도 새로운 전략적 여지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선 중동 전쟁은 미국의 전략적 부담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과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협력, 중동 위기 대응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처럼 여러 지역에서 안보 현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경우 한반도 문제에 대한 외교적 집중도와 정책 우선순위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환경은 북한이 군사 활동이나 전략 메시지를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히는 변수로도 작용할 수 있다. 국제 정세가 복잡해질수록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 등 군사 활동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거나 협상력을 높이려 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에도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군사 활동을 이어가며 대외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하고 있다.
북한은 외교 메시지에서도 중동 사태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최근 담화를 통해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과 비호 속에 개시된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적 공격은 철두철미한 불법무도한 침략행위이며 가장 추악한 형태의 주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패권적 야욕을 실현하기 위한 불량배적 행태"라고 비난하며 중동 긴장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이러한 담화는 미국과 서방을 비판하는 반미 메시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국제무대에서 반미 성향 국가들과의 정치적 연대를 부각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군사 행동이나 국제 분쟁을 계기로 반미 성격의 외교 메시지를 강조해 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도 "북한의 담화는 중국·러시아와 대미 규탄 기조를 맞추는 동시에 북·이란 관계를 고려한 메시지 성격도 있다"며 "다만 반제국주의 연대 등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점을 보면 당분간 상황을 관망하며 등거리 외교를 유지하려는 의도도 읽힌다"고 평가했다.
다만 북한은 이번 공습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동 정세와 관련한 기본적인 반미 입장은 분명히 하면서도 특정 사건이나 지도자 사망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한반도 정세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국제 안보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북한이 군사 활동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거나 전략 메시지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이 중동 전쟁에 직접 개입하거나 군사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상황을 외교 메시지와 전략적 행동에 활용하는 수준에서 대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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