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떨고 있나"…이란 사태가 北에 던진 딜레마[한반도 GPS]
핵 있는 이란의 최고지도자도 제거된 초유의 사태
北, '핵은 방패냐 표적이냐' 딜레마에 빠질 수도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올해 초 국제사회에서 벌어진 두 사건을 본 북한은 한 가지 본질적 고민을 시작했을 듯합니다.
"핵을 보유한 우리가 진짜 안전한가?"
지난 1월엔 미군 특수부대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침투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했습니다. 2월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동 공습으로 37년을 통치한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습니다.
두 사건의 내용은 다르지만 결과는 비슷합니다. 미국이 '독재자'를 직접 겨냥한 군사작전을 펼쳤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처음으로 '물리적 정권 교체'가 미국의 선택지로 현실화했다는 뜻입니다.
이 두 사건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개인의 입장으로 보면 실존적 공포를 자극하는 섬뜩한 장면이었을 것입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단순히 권력을 잃은 것이 아니라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마약 테러' 혐의로 기소돼 뉴욕으로 압송됐습니다. 독재자의 입장에선 수모에 가까운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 준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통치한 나라가 자신이 없어도 '잘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미국의 사법절차를 밟게 됐습니다.
이란 사태는 그간 여러 차례 '시나리오'로만 존재해 왔던 미국의 군사작전에 의한 '정권 붕괴'의 사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는 김 총비서의 입장에선 자신이 구축해 온 강한 국방력이 '인민'은 지켜도 자신의 목숨을 보장할 수는 없다는 인식을 줬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죽은 다음의 세상은 그에게 아무 의미도 없을 테니까요.
무엇보다 이제 실질적으로 미국의 '정권 교체'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할 때가 됐습니다. 북한 지도부의 입장에선 이미 발생한 일이 있는데, 현실화 가능성이 작다고 모른척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1기 때 북한에 대한 '참수 작전'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7년 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총비서의 '핵단추 공방'으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미국에서는 북한 지도부 제거를 상정한 핵타격 혹은 특수부대 투입 등의 군사 옵션 실행 가능성이 공개적으로 거론됐습니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024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열병식 주석단에 나란히 선 김 총비서와 북한의 지도부를 보면서 "저들을 한꺼번에 제거하면 어떻겠느냐"라고 물어봤던 적이 있다고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2020년 회고록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비공개 회의에서 "북한을 얼마나 빨리 파괴할 수 있는지"를 반복적으로 물었다고 밝혔습니다.
작년엔 뉴욕타임스(NYT)가 미 해군 특수부대가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총비서의 통신 감청 장치를 설치하기 위해 북한 동해안에 비밀리 침투했던 적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김 총비서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브로맨스'를 과시하며 정상회담을 준비하던 바로 그 시기에, 미국은 특수부대를 동원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노리고 있었던 셈입니다. 미국의 실행력이 '입증'된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 총비서는 지난 3~4일 신형 5000톤급 구축함 '최현호'에서 전략순항미사일을 연속 발사했습니다. 그는 시험발사 결과에 만족하며 "해군의 핵무장화가 만족스럽게 수행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선 이번 시험발사가 '참수 작전'에 대한 대응 방식을 시위한 것이라고 봅니다. 지상에 설치한 미사일 발사대는 위성 감시 등에 노출되기 쉽지만, 구축함이나 잠수함 같은 해상 전력은 지상에 비해 '전략적 위치'를 쉽게 바꿀 수 있어 평양 혹은 지도부가 공격을 받더라도 상대방에게 즉각 보복할 수 있는 '2격 능력'을 갖출 수 있는 전력이라는 점에서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북한의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핵 능력을 강화하면 적의 침공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그간의 '억제력'의 기본 개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란의 사례는 핵을 포기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면 '죽는다'는 새로운 '결괏값'을 고려하게 만들었습니다. 죽지 않기 위해 핵을 강화할 것이냐, 아니면 핵을 포기할 것이냐, 이것이 북한의 딜레마입니다.
북한이 여전히 미국을 '불량배', '침략적 본성을 가진 국가'라고 비난하면서도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에서 벌어진 두 사건은 '핵보유가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가'라는 논쟁을 추상적 담론의 무대에서 현실의 무대로 끌어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북한에 대화를 제안할지, 그리고 두 번의 '정권 교체'를 목도한 김 총비서가 이에 응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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