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이란 정권교체' 파장·…'안갯속' 북미 회담 영향 불가피
김정은, 조건부 북미 대화 여지 남겼지만…전문가 "경계심 커졌을 것"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최근 제9차 당대회에서 미국과의 조건부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대회 직후 미국의 기습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가 제거되면서 향후 북미대화 재개에 미칠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란 정부는 1일(현지시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86)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하메네이 사망을 주장하며 "이란 국민이 나라를 되찾을 수 있는 단 한 번의 위대한 기회"라고 사실상 이란 정부를 '장악'할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했는데, 두 달 만에 이란 최고지도자도 제거하면서 기존의 '외교 문법'을 파괴하고 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김 총비서 입장에선 대미 전략 셈법이 복잡해질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말~4월 초 중국 베이징 방문을 앞두고 있다. 현재 외교가에선 이를 계기로 북미 정상 간의 회담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에 대한 자극적인 발언은 자제하면서, 동시에 '강 대 강' 대응 의지를 내세워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전제로 한 조건부 대화 여지를 남겨 놓은 상황이다.
김 총비서는 최근 당대회에서 "만일 미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헌법에 명기된 우리 국가의 현 지위를 존중하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는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해 평화적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일련의 최고지도자 축출 사건과 더불어 아직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조건을 충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김 총비서가 트럼프 대통령과 대면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익명을 요청한 대북 전문가는 "이란 사태로 경계심이 더 커졌을 것"이라며 "또한 북한이 미국과 만나기 위해서는 중국·러시아와의 입장 조율도 필요한데 시간이 촉박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 입장으로 국무부를 중심으로 하는 대북 정책이 아직 전환하거나 변화하진 않았다"며 북미 대화를 위한 구체적인 준비가 미흡한 상태라고 짚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핵 무력'에 대한 집착과 함께 국제 사회에서의 외교력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이란 사태와 관련해 북한의 공식적인 반응은 없다. 북한은 지난 1월 4일 트럼프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지 하루만에 외무성 대변인과 관영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는 미국의 패권 행위를 가장 엄중한 형태의 주권 침해로,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 영토 완정이 기본 목적인 유엔 헌장과 국제법에 대한 난폭한 위반으로 낙인하며 규탄한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로부터 '핵 개발·지원' 의혹을 받아온 북한과 이란은 '반미 연대' 국가 중에서도 특수 관계에 있는 '우방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중국·러시아·이란·북한'(CLINK)을 묶어 '불량 국가'로 칭했는데, 이를 두고 북한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내며 크게 반발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엔 북한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이란은 베네수엘라와 달리 북한과 핵 개발 정보 공유 등 특수관계에 있으면서 우호 국가로 분류되는데 미국과의 대화 여지를 열어두고 오히려 북한이 이란을 대변하는 형식의 입장을 내긴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성 연구위원은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 압박과 저항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던 상황에서 트럼프의 '허를 찌르는 방식'으로 급작스럽게 벌어진 일이기에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의 입장을 먼저 관찰하고 맥을 같이하는 범위에서 입장 표명에 수위 조절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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