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긋는 김정은, 다시 손 내민 李…북미 대화 관측 속 '일관성' 강조

3·1절 기념사…"어두웠던 과거 뒤로하고 새 미래 함께 그려나가길"
전문가 "상황 관리용 자세 유지 중요"…제3국 우회로 접촉 제언도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6.3.1 ⓒ 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첫 3·1절 기념사에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최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향후 5년 국정 방향을 결정하는 제9차 당대회에서 한국을 '영원한 적'으로 규정했지만, 정부의 대북 정책 일관성을 강조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선열들이 바랐던 평화·공존의 꿈을 한반도에서부터 실현해 나가자며 "적대가 아니라 공존과 협력으로 불신이 아니라 신뢰의 토대 위에서 함께 성장하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3·1혁명의 정신을 온전히 계승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상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해온 것처럼, 한반도 평화와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한 일들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북한에서 열린 당대회를 의식한 듯 "북측도 새로운 5개년 계획을 수립·시행해 나가는 만큼 조속하게 대화의 장으로 나와 어두웠던 과거를 뒤로하고 새로운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적대와 대결은 서로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확고한 역사의 가르침을 외면하지 말자"라며 사실상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기조에 대해 유연한 전환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6.3.1 ⓒ 뉴스1 이재명 기자
'체제 존중·흡수통일 배제·적대행위 불추구' 3대 원칙 재확인

이 대통령의 이번 3·1절 기념사는 정부가 북한의 대남 적대적 기조를 염두에 두면서도 남북관계 긴장 완화·안정성 확보를 위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기간 내에 성과를 기대하기보단,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겠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이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이 불편해했던 주제들도 다시 한번 언급하며, 이러한 기조를 보여줬다는 관측이다.

이 대통령은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며, 일체의 적대행위도, 어떠한 흡수통일 추구도 하지 않을 것", "뜻하지 않게 일어난 작년 무인기 침투 사건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심대한 사안"이라고 짚으며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위한 일들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무인기 사건에 대해선 "남북이 함께 살아가는 이곳 한반도에서 긴장과 충돌을 유발하는 행위는 그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제도적 방지 장치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해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 때 북한의 '체제 존중'과 '흡수통일 배제' 방침을 천명하고,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단계적으로 복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이 대통령의 이번 기념사와 관련해 "북한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위해 뚜벅뚜벅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내포했다"며 "북한 체제 존중, 흡수통일 불추구, 적대행위 불추진 등 3대 원칙을 재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양 석좌교수는 "북한도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재명 정부의 평화공존 정잭을 이해할 듯"이라고 전망했다.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현재 우리와 '아무것도 안 하겠다'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래도 서로 공격하거나 침해하는 적대적 상호작용이라도 멈춰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신뢰 구축 조치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며 "상황 관리를 위해서라도 화해 협력을 하겠다는 스탠스는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6일 "김정은 동지께서 20~21일 역사적인 제8기 당 중앙위원회 사업 총화 보고를 했다"라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北 직접적 호응까진 '험로' 예상…일각선 우회로 활용 대북 접촉 제안도

다만 북한의 직접적인 호응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김정은 당 총비서의 '동족 배제' 입장이 너무 단호하다.

김 총비서는 최근 당대회에서 "한국을 철저한 적대국, 영원한 적으로 다뤄나가려는 우리의 결심과 의지는 강고하며 결론적"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3년 연말 전원회의에서 처음 선언한 적대적 두 국가라는 대남 기조가 유효하며, 오히려 이를 더 강화하겠다는 기류다.

아울러 우리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에 대해서도 "서투른 기만극이고 졸작"이라고 평가절하하며, "우리가 가장 신성시하는 존엄과 권익에 부합되는 노선상에서 한국을 배제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들은 앞으로 더 명백하고 실천성 있게 강구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반면 미국에 대해서는 "헌법에 명기된 우리 국가의 현 지위를 존중하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는 지난해 최고인민회의에서 발표한 내용과 일관된 기조로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것을 촉구하며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31일부터 사흘간 방중 할 예정이다. 외교가에선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배체할배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대통령이 이번에 재확인한 정책 연속성 기조와는 별개로 제3국을 활용한 우회로를 모색해 봐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양 석좌교수는 "직접도 필요하지만 김 총비서의 자존심을 감안해 중국, 러시아, 베트남, 미국, 쿠바 등 우회를 통한 접촉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