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노비예프 러 대사 "한러관계 정상화, 대러 제재 해결이 먼저"

북한군 포로 신병 처리 등 관련 질의에는 "공식 언급 없다"
"한국 기업, 러시아 복귀하면 서방에 비해 유리한 조건 확보할 것"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대사가 지난 13일 서울 중구 정동 주한 러시아 대사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2.13 ⓒ 뉴스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대사는 한러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한국의 대러 제재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북한과의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은 '방어적 성격'이라고 강조하며 한반도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지난 13일 주한러시아대사관에서 실시한 인터뷰에서 "한러관계에 어려움이 생긴 이유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며 "한국이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했고, 현재 1402개 품목이 수출 통제 대상에 올라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는 제재를 가한 국가들을 '비우호국' 명단에 포함했고, 한국도 그 기준에 따라 명단에 포함됐다"며 "정상화는 제재 문제가 해결될 때 가능하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그는 "서방과 달리 한국에는 러시아에 대한 혐오 여론이 없고 외교적 대화와 문화·인적 교류도 유지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최근 논란이 된 러시아 파병 북한군 포로의 신병 처리나 송환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는 "이 문제는 제 권한 안에 있지 않다"며 "제네바 협약이나 포로 지위 해석에 대해 주한 러시아대사로서 논평할 권한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른바 북한군의 전선 투입이나 생포 사실과 관련해 확인된 정보를 본 적이 없다"라고도 덧붙였다.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대사는 "한러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한국의 대러 제재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2026.2.13 ⓒ 뉴스1 이광호 기자

다음은 지노비예프 대사와의 일문일답.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월 "한국과의 관계 회복을 희망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가 말하는 관계 정상화의 구체적 선결 조건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한러관계에 왜 어려움이 생겼는지를 봐야 한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특별군사작전' 이후 서방의 집단적인 대러 제재에 동참했다. 그리고 이전 정부와 현 정부를 거치며 제재와 수출 통제 조치가 계속 확대해 현재 제재 대상 품목이 1402개에 이른다. 이는 매우 큰 규모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경제를 압박하고, 러시아 경제를 붕괴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며 제재를 도입했다. 이에 러시아는 제재를 도입한 국가들을 '비우호적 조치를 취한 국가' 명단에 포함했다. 한국도 이 명단에 포함돼 있다. 다만 이는 감정적 조치가 아니라 러시아에 제재를 가했는지 여부에 따른 것이다. 그 때문에 제재가 유지되는 한, 관계 정상화를 논의하기는 어렵다. 제재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

-러시아는 먼저 한국을 '비우호국'에서 해제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나.

▶비우호국 명단은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나라가 우리를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러시아 경제와 국민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제재를 도입한 국가들이 포함된 것이다. 제재를 계속 유지하면서 우리가 자신들을 우호국으로 분류하길 기대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우리는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조치를 취하는 국가를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대할 수는 없다. 다만, 나는 한국이 서방과는 다르다고 여러 번 말해 왔다. 한국에는 러시아를 혐오하는 여론이 없고, 외교적 대화도 유지되고 있다. 그 점은 분명히 평가한다.

-지난 2024년 체결한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은 사실상 군사 동맹으로 해석되는 측면이 있다. 그 때문에 한국에선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자동 개입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조약에는 한쪽이 공격받을 경우 다른 쪽이 지원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는 방어적 조항이다. 한쪽이 공격받지 않으면 해당 조항을 발동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비슷한 내용은 북한과 중국 간 조약에도 있다. 이 조약은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모한 행동을 억제하는 안전장치라고 본다. 나는 북한이 미국이나 그 동맹국을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조약은 오히려 한반도 안정에 기여한다고 본다.

-우크라이나에 잡힌 북한군 포로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군 포로와 교환한 뒤, 다시 한국으로 보내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에 대해 한러 간에 논의된 바가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낸 적이 한 번도 없다. 나는 그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오로지 우크라이나 언론 보도를 통해서만 그 문제를 접할 뿐이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대해 내가 상상하거나 추측할 수는 없다.

지금 한국에서는 이 문제가 큰 관심사지만 러시아 입장에서 이것은 핵심 의제는 아니기 때문에, 깊이 고민하거나 논의하지 않았다. 그래서 포로 교환이니, 그 이후에 그들을 어디로 보내느니 하는 가정적 질문에는 답할 수 없다.

-제네바 협약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 송환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견해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은 무엇인가.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 문제는 제 권한 안에 있지 않다. 제네바 협약의 해석이나 포로의 지위 문제에 대해 주한 러시아대사로서 논평할 권한이 없다. 이것은 모스크바에서 답해야 할 사안일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가 북한의 군사적 개입을 인정했다는 주장에 대한 증거나 확인된 사실도 없다. 나는 외교관으로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대해 발언할 수 없다.

-한국에선 북러 조약에 따라 러시아의 첨단 군사 기술이 북한으로 이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러한 한국 국민들의 안보적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러시아의 입장이 있을까.

▶우리와 북한의 협력은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상호 이익에 기반하며 국제법에 부합한다.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기술 이전에 대한 구체적 증거는 제시된 바 없다. 반면 한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과 대규모 방산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에는 공개적으로 러시아와의 대결을 준비한다고 말하는 정치 지도자들도 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최근 리아노보스티(RI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협력 없이는 한국의 북극항로 이용이 어렵다"라고 발언했다. 이것이 협력 제안인지, 아니면 압박 차원의 외교적 메시지인지 설명해 달라. 또 한러관계가 완전히 정상화하지 않더라도 북극항로 협력은 가능할까.

▶북극항로는 러시아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을 따라 지나간다. 고위도 해역이며 운항이 쉽지 않기 때문에 러시아의 협력 없이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는 명백한 지리적 사실이다. 중국과 인도는 이곳을 활용하고 있고, 일부 국가는 이용하지 않는 것처럼 이용 여부는 각국의 선택이다. 아울러 우리는 협력에 열려 있지만, 당장 (한국에) 어떤 협력 조건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미국과의 종전 협상은 현재 어느 정도 진전이 된 상태일까. 0~10으로 정도를 표현한다면 몇 점을 줄 수 있는지.

▶이 사안의 현재 상황을 0에서 10 사이의 점수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외교관은 그런 방식으로 복잡한 국제 분쟁을 단순화하지 않는다. 러시아는 정치·외교적 해결을 지지하지만 갈등의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다. 나토의 동진과 안보 구조 문제,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 인구의 권리 문제 등 오랜 기간 누적된 요인이 있다. 이런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단기간에 간단히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우크라이나전 이후 러시아가 한국과 가장 먼저 복원하고 싶은 산업 협력 분야는 무엇일까? 한국 기업이 다시 투자할 경우 자산 보호와 결제 안정성 등의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가.

▶분명한 것은 러시아가 한국 기업을 시장에서 내보낸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스스로 떠난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러시아가 특별히 무엇을 보장해야 한다는 전제는 적절하지 않다. 다만 나는 한국이 서방 국가들처럼 러시아에 대해 극단적인 혐오 감정을 가지고 있거나 이를 표출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향후 한국 기업이 러시아 시장에 복귀한다면, 서방 기업들보다 유리한 조건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올해 중 한러 간 고위급 회담 개최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일까?

▶외교관은 가정적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 현재 그런 접촉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점만 말할 수 있고, 어떤 시기를 추측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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