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다시 떠오른 '개성공단재단'…묶인 돈은 어떻게 되나

수은 대출금 그대로…복원해도 채무 해법이 과제
재단 제 기능하려면 결국 개성공단 재개가 관건

북한의 폭파로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의 모습. (합참 제공, 판매 및 DB 금지) 2025.3.27 ⓒ 뉴스1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개성공단 관리·운영을 맡는 개성공단공업지구지원재단(청산법인)이 복원 수순을 밟고 있다. 개성공단 중단 8년 만인 지난 2024년 2월부터 공식 해산 절차에 착수한 지 2년 만이다.

다만 재단이 복원돼도 개성공단 사업 명목으로 받았던 대출금 상환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작아 재단의 정상적 운영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정부와 국회는 현재 채권·채무 정산 등 청산을 위한 법인으로만 유지되고 있는 '개성공단공업지구지원재단' 복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단 복원을 위한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상임위원회 소위 심사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개정안은 향후 남북관계가 정상화될 때 기존 사업과 자산을 효율적으로 승계하기 위해 법률상 재단의 '계속' 근거를 명확히 규정하고자 특례 조항을 추가했다. 재단 해산 후 청산이 종결되기 전이라도 통일부 장관이 사업 수행의 계속 필요성을 인정할 경우 재단의 계속을 결정하고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북측 자산 묶인 채 채무는 쌓여…수출입은행 채권 정리는 어떻게

2007년 개성공업지구의 관리·운영 지원을 위해 설립된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사실상 기능이 멈췄다. 이후 재단은 철수 기업에 대한 정산 지원과 행정 처리 등 후속 업무를 맡아 왔다.

재단의 역할은 크게 축소했지만, 정부는 최소한의 운영·관리 예산을 유지해 왔다. 통일부에 따르면 재단 관련 예산 집행액은 2021년 1억 4800만 원, 2022년 1억 3900만 원, 2023년 2500만 원 수준이었다. 2020년 6월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후에도 기본적인 관리 비용은 지속적으로 편성·집행됐다.

재단은 2024년 해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채권·채무를 정리하는 청산법인으로 전환됐다. 해산 과정에서는 재단 업무의 이관, 기존 직원 퇴직금 지급, 각종 계약 정산 등에 예산이 투입됐다. 통일부는 입주기업 지원 관련 잔여 업무를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 위탁했다.

청산 절차에서 재단은 '채무자'이면서 동시에 '채권자'의 지위를 갖는다. 재단이 부담하는 채무 가운데 핵심은 한국수출입은행(수은) 관련 대출이다. 청산은 수은 채무뿐 아니라 용역비·퇴직급여 등 일반 채무와, 입주기업 미수금 등 재단이 보유한 채권을 함께 확정·정리하는 절차다.

수은은 남북협력기금을 수탁 관리하는 대외 정책금융기관으로, 과거 대북지원 사업과 개성공단 관련 사업에 자금을 집행해 왔다. 이 가운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에 대한 대출은 2023년까지 총 934억 원 규모로 파악된다. 이자를 포함한 상환 대상 금액은 1052억 원이며, 이 중 약 83%에 해당하는 872억 원이 미상환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경기도 파주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전경.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등이 폭파되기 전이다.(뉴스1 DB) 2019.2.27 ⓒ 뉴스1
복원 추진하지만 현금 흐름은 '제로'…"공단 재개 없인 상환 난망"

재단 해산 약 2년 만에 복원 방안이 다시 검토되고 있지만, 개성공단이 재가동되지 않는 한 재단의 독자적인 상환 재원 마련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장기간 유예돼 온 수은 채권 문제를 이제 정부 차원에서 나서 정리해야 할 시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통일부는 지난해 업무보고를 통해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비하기 위해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1월에는 남북협력기금 운용계획에 청산법인 인건비 등을 포함한 8억 4700만 원이 반영됐다.

다만 공단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재단을 공단의 재가동 없이 복원하는 것은 '껍데기 복원'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 재단은 공단의 상시 운영을 전제로 설계된 조직인 만큼, 북측이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는 기조를 유지할 경우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개성공단 사업을 통해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구조인데, 현재 공단 운영이 중단된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며 "자산이 북측 지역에 남아 있어 처분이 어렵다는 점도 상환에 제약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채무를 상환하려면 운영 수익을 창출하거나,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거나, 외부 재정 지원을 받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 재개와 남북 간 실무 채널 복원이 선행되지 않는 한 재단의 기능은 극히 제한적 범위에 머물 수밖에 없다.

북측 지역 내 자산의 처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상환의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의 일반 기업과 달리 개성공단의 도로·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은 북측 지역에 위치해 있어 남측이 단독으로 매각하거나 담보로 설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단 해산 이후 북한에 의한 공단 내 시설의 무단 사용 사례가 늘었다는 우려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여기에 정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124개 입주기업 가운데 40개(32%)가 휴업 또는 폐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나는 등, 공단 재가동 여건은 점차 악화하는 상황이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