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법' 거듭 반대하는 유엔사…'긴장'엔 조용하고 '평화'엔 민감

'대북전단·오물풍선 갈등 국면 때는 미온적 대응' 비판도 제기돼

비무장지대(DMZ) 내 판문점에서 국군과 미군이 보초를 서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정부가 비군사적·평화적인 목적에 한해 비무장지대(DMZ) 내 출입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DMZ법' 제정을 두고 유엔군사령부가 거듭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정전협정에 근거한 유엔사의 권한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안전상의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정작 과거 국내 민간단체가 DMZ 너머로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북한은 오물풍선으로 맞대응하는 등 양측이 정전협정을 위반하며 긴장을 고조시킬 때는 별다른 개입을 하지 않았던 유엔사가 이번 입법을 두고서만 이례적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13일 제기된다.

'정전협정' 강조하는 유엔사…과거 무인기·오물풍선 때는 소극적
육군 열쇠부대 장병들이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 수색로 일대에서 지뢰탐지 및 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2일 마이클 보삭 전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부비서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DMZ법은 정전협정이나 여러 한미 간 합의에 따른 한국 정부의 책임, 의무와 양립할 수 없다"면서 이 법안이 정전협정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유엔사는 작년 8월 국회에서 'DMZ의 평화적 이용' 관련 법안들이 발의된 이후 지난 연말 홈페이지에 이례적으로 비판 성명을 내고, 지난달에는 기자간담회를 자처해 "DMZ법은 정전협정에 정면 충돌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계속해서 반대 의견을 피력해 왔다.

이전까지는 정치적 현안에 대한 의사 표현을 최대한 자제하며 언론과의 만남에도 자주 나서지 않았던 유엔사의 특성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특히 보삭 전 군정위 부비서장은 인터뷰에서 "(이 법이 통과되면) 누군가 월북하려는 의도를 갖고 DMZ에 들어가거나, 북한 쪽으로 풍선·무인기를 보내려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사건·사고의 위험성을 높이는 다른 활동의 위험성도 커진다"며 이 법이 DMZ 내 안전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현 유엔사 관계자 역시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DMZ 내부에서의 활동이 늘어나면 우발적 사고도 증가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유엔군사령관의 권한은 제3자에게 넘어가면서도 모든 책임은 결과적으로 사령관에게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는 이같은 유엔사의 주장은 모순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재 유엔사가 법안을 반대하는 핵심 논리로 DMZ 내부 사안에 대한 자신들의 '권한'과 '책임'을 내세우는 것과는 달리, 지난 정부에서 남북이 각각 대북전단과 오물·쓰레기 풍선을 군사분계선 너머로 날렸을 때는 유엔사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거나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유엔사가 남북관계의 주무부처인 통일부에 공식·비공식적 차원에서 '정전협정 위반 또는 군사적 충돌에 대한 우려'를 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한국발 무인기가 평양 상공을 침투하고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며 양측 간 긴장이 고조됐던 이른바 '평양 무인기' 사건 때도 유엔사가 지금과는 달리 원론적인 수준의 대응에만 머물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타미플루 대북 지원' 불발 사태도 재조명…남북 교류에 보수적인 유엔사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남단으로 군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 뉴스1 민경석 기자

한편, 문재인 정부 시절 '타미플루 대북 반입 불발' 사태를 둘러싼 정부와 유엔사 간 시각차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보삭 전 군정위 부비서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2019년 1월 한국 정부의 타미플루 대북 지원을 유엔사가 막았다'는 보도들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유엔사는 우리 정부의 요청을 곧바로 승인했으나 북한이 물품 수령을 거부해 지원이 불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보가 이어진 이유는 "당시 문재인 정부가 남북 간 마찰을 인정하기 싫어 했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는 남북 당국 간 교류·협력 사업에 유엔사가 대북제재를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는 정부의 인식과는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당시 남북 대화의 실무 책임자 역할을 했던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최근 발간한 저서를 통해 "타미플루 지원에 대해 한미 양국은 조금도 이견이 없었지만, 막상 타미플루를 경의선 육로를 통해 북측에 전달하기로 한 날 문제가 생겼다"면서 "유엔군사령부가 타미플루를 실은 트럭의 휴전선 통과를 허락하지 않은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후문으로는 북측 관계자들은 타미플루를 받기 위해 3일 동안 개성에서 기다렸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유엔사가 형식적으로 대북 지원을 승인하기는 했지만 양측 간 협의 과정에서 사실상 제한을 걸었던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발의된 'DMZ법' 역시 남북 간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구상을 반영하고 있다. 이에 유엔사가 과거부터 지속돼 온 진보 정권과의 갈등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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