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규약에서 '통일 조항' 삭제될까?[정창현의 북한읽기]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

편집자주 ...북한 정치·군사·사회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등 북한 수뇌부에 대한 '리더십 해석'을 통해 반 발짝 앞서 북한의 변화를 읽어낸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은 서울대 대학원(국사학과)을 마치고 중앙일보 현대사연구소 전문기자를 거쳐 국민대·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국가기록원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 개최가 임박했다. 북한은 시·군당대표회와 도당대표회를 열고 당 대회에 참가할 최종 대표자까지 선출함으로써 9차 당 대회 개최를 위한 절차적 준비는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 대표자 자격심사와 대회 '의정'(안건)에 따른 일정 확정, 문건 심의 등을 결정하고 제9차 당 대회 일정을 공표하는 당 정치국 결정서 채택만 남아있는 셈이다. 당 대회가 예상보다 한 달 정도 늦춰진 것은 신의주온실종합농장 등 "미결된 중요대상들의 완공"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5년 전인 2021년 1월에 개최된 8차 당 대회는 대북제재 장기화와 더불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접경지역 봉쇄로 경기침체가 가중되고, 대미·대남관계도 단절된 상황에서 개최됐다. 그에 비하면 현재 북한의 대내외 상황은 상당한 호전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대내적으로 3년간 플러스 경제 성장, 식량 생산 목표 달성, 평양 5세대 살림집 건설 완료, '지방발전 20x10 정책'의 진전 등의 성과가 있었고, 대외적으로 북중관계의 개선과 북중 무역량의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 회복, 러시아와의 정치군사적 밀착과 전면적인 교류 확대 등 대외 환경이 일부 개선됐다.

이러한 대내외 조건을 반영해 9차 당 대회에서는 '새로운 변혁 단계'를 설정하고 각 분야별로 세부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80돌 경축행사'를 통해 김정은주의의 핵심사상으로 표방되는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 이념"을 앞세워 "10년 안에 모든 걸 새롭게 변천"시켜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을 추구하겠다는 장기적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러한 기조가 이번 9차 당 대회의 결정에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국방건설분야에서는 '핵무력과 상용(재래식)무력 병진 정책'을 제시할 것이다. 김 총비서는 지난해 말 전략무기 중심의 핵 능력 강화와 함께 '실전용 무기'로도 볼 수 있는 '상용무력'의 현대화, 고도화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예고한 바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자료사진.[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당 건설분야에서는 2022년 12월 열린 당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당의 정식노선으로 채택된 '새 시대 5대 당 건설 노선'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새 시대 5대 당 건설 노선'은 김 총비서가 제시한 '당 건설 사상이론'의 5대 방향(정치·조직·사상·규율·작풍 건설)을 통해 당의 전면적 강화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당 창건 사적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 총비서는 "계승성, 사회주의 이념, 인민주도성에 기초하여, '새 시대 5대 당 건설 노선'을 새로운 높은 단계에서 강도 높게 전체 당조직이 나서서 발전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연설한 바 있다.

특히 최근 김 총비서가 현지지도에서 고위간부를 연이어 질타하는 것을 봤을 때, 당의 엄격한 규율·통제를 강화하고 부정부패 등 규율 훼손 요소를 색출·제거하는 '규율 건설'과 현장·실천 중심의 민심 중시를 통해 당의 집권력을 강화하는 '작풍 건설' 사업이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분야에서는 '전면적 사회주의건설 노선'에 입각해 "모든 부문에서 질적 발전"을 이루기 위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목표가 제시될 것이다. 경공업과 농업 중시 정책을 견지하면서 낙후된 지방의 재건설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 총비서는 지난해 12월 개최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3차 전원회의에서 도농 격차 해소차원에서 "국가적으로 탄광마을을 개변하기 위한 사업"과 "서해안의 간석지 농장들 중에서 새로 조직되거나 제일 뒤떨어진 농장들을 농촌 발전의 새 변혁상을 상징하는 현대적이고 문명한 농촌으로 개변시키는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대외분야에서는 중국·러시아·베트남 등 이른바 '글로벌 남방'과 협력해 미국에 맞선 "정의롭고 평등한 다극화 세계 질서" 구축에 나서겠다는 뜻을 재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총비서는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80돌 경축행사'에서 한 공개연설에서 한 번도 한국과 미국을 직접 겨냥해 위협적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미국은 '주적', 한국은 '가장 적대적인 국가'라는 교양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이 9차 당 대회를 통해 미국과 한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은 무시정책을 선택할지, 미국을 겨냥해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의 기조를 내놓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다만 대남정책에서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일체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리 대응 기조'를 유지할 것이 확실하다.

대남정책 기조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개정될 당 규약에서 '통일'과 '남조선'에 대한 문구가 어떻게 변경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2021년 8차 당 대회에서 개정된 당 규약 서문에는 "조국의 통일발전", "민족대단결의 기치", "조국의 평화통일", "민족의 공동번영" 등의 문구가 포함되어 있다. 일단 '통일'과 '통일의 원칙' 관련 문장들은 모두 삭제되거나 수정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문제는 '조선노동당의 당면 목적'과 '투쟁 목표'를 규정한 대목이다. 당 규약 서문에는 "조선로동당의 당면 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사회를 건설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하는 데 있으며 최종 목적은 인민의 리상이 완전히 실현된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여기서 '공화국 북반부'와 남한을 포괄하는 '전국적 범위'라는 문구의 수정 여부가 핵심이다. 9차 당 대회에서 '북반부'와 '전국적 범위'라는 단어를 삭제한 당 규약을 채택한다면 80년 넘게 지속된 북한의 '남조선 혁명론'과 '남조선 개입론'의 완전한 폐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 총비서는 2024년 10월 국방종합대학을 방문해 파격적인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는 공개적으로 "우리는 솔직히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습니다. 의식하는 것조차도 소름이 끼치고 그 인간들과는 마주 서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전 시기에는 우리가 그 무슨 남녘 해방이라는 소리도 많이 했고 무력 통일이라는 말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이에 관심이 없으며 두 개 국가를 선언하면서부터는 더더욱 그 나라를 의식하지도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한국과 대화할 생각도 없고, 의식하고 싶지도 않다는 발언이다.

이러한 기조가 반영돼 '조선노동당의 당면 목적'을 '남조선'을 포함하는 전국적 범위가 아니라 공화국(북한 지역)에 한정된 것으로 수정한다면 '투쟁 목표'를 규정한 대목도 삭제될 가능성이 커진다. 즉 "조선로동당은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거시키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며 (중략)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고 민족의 공동 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투쟁한다"는 규정도 폐기된다는 의미다. 과거 남한과 평화통일을 추구하든, '대남적화노선'을 추구하든 통일전선론에 입각해 남한의 정치 상황에 개입하려는 정책의 근거가 됐던 '당의 목적과 목표' 규정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적대적 두 국가관계'에 기초해 남북관계의 근본적 방향 전환을 당 규약에 반영하게 되면 당 대회에 이어 개최될 최고인민회의에서 군사분계선 이북 지역만을 포괄하는 영토 규정을 개정 헌법에 넣을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북한은 당 우위의 국가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당의 목적과 목표가 수정되면 당연히 국가전략과 정책도 변경된다. 그런 측면에서 당 규약의 '대남부문'이 어떻게 수정되는지가 향후 남북대화와 교류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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