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오간 '가교' 이해찬 별세…7년째 끊긴 北 조전 가능성은
전문가들 "'적대적 두 국가' 北…'유화 신호' 조전은 어려워"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남북관계의 주요 국면마다 평양을 방문해 온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별세한 가운데, 북한의 조전 발송 여부가 주목된다.
북한이 남측 인사의 사망에 대해 공식적으로 조전이나 조화, 조문단을 보낸 가장 최근 사례는 2019년 6월 이희호 여사 별세 당시다. 김여정 당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판문점 통일각으로 나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의 조전과 조화를 우리 측에 전달했다.
이후 우리 정치권 인사 별세에 대한 북한의 공식 조의 표명은 7년째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 수석부의장은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때 김대중 전 대통령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처음 방문한 뒤, 노무현·문재인 정부 시절 남북 관계에서 가교 역할을 해 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3월 노무현 대통령 정무특보로서 당시 열린우리당 정의용, 이화영 의원과 함께 3박4일 간 평양을 방문한 바 있다. 이 수석부의장은 김영남 당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을 만났고, 이는 같은 해 10월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사전 조율의 계기 중 하나로 거론된다.
그는 2018년에는 노무현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해 10·4 선언 11주년 공동행사에 참여해 민간과 정치권을 아우르는 교류에도 나선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개인의 이력과 현재의 남북관계 구조를 분리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2023년 말 이후 남북관계를 민족 내부 문제로 보던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는 노선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서다.
이러한 인식 변화 속에서 남측 인사 사망에 대한 북한의 조전은 단순한 인간적 예우를 넘어 유화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북한 입장에서 조전 발송은 현재 대남 강경 기조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적대적 두 국가론은 단기적 대응이 아니라 중장기 전략 기조"라며 "조전은 상대에게 호의나 유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행위인 만큼 현재 북한의 노선에서는 사실상 배제된 선택지"라고 평가했다.
임재천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도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남측의 여러 화해 제안에 대해 북한은 일관되게 '퇴짜'를 놓고 있다"며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에서 '개꿈'이라는 표현까지 쓰는 상황에서 조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총비서가 이해찬 전 총리를 개인적으로 만난 인연이 없고 과거 대남 담당 고위 인사들과의 인적 연결 고리도 대부분 사라진 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남북 관계가 원만하다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현재 국면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사망 당시 남측의 조의 표명에 대해 북한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점을 봐도 지금 상황에서 조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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