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제사변 때문에"…베네수엘라 사태, '핵 강화' 명분 삼는다

김정은 "국제적 사변으로 핵전쟁억제력 고도화 필요"
'우리는 위협 받는 나라' 명분 삼아 '핵무력' 노선 유지·강화 예상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은 전날인 4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참관하에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훈련을 진행했다고 5일 밝혔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현장을 찾아 '핵전쟁억제력'을 높여야 한다며 핵능력 강화를 지속하겠다고 역설했다. 김 총비서는 핵능력 강화가 필요한 이유로 "최근 지정학적 위기와 다단한 국제적 사변들"을 제시하면서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축출 사태를 의식한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美의 '손쉬운' 독재자 축출…트럼프의 '대화 의지'에 불신 커져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전날인 4일 김 총비서가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훈련을 참관했다고 5일 보도했다. 북한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 계열의 신형 미사일인 극초음속미사일 '화성-11마'를 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훈련을 참관한 김 총비서는 "최근 우리의 핵무력을 실용화, 실전화하는데서 중요한 성과들이 이룩되고 있다"면서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핵억제력을 유지 및 확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전략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숨길 것 없이 우리의 이같은 활동은 명백히 핵전쟁억제력을 점진적으로 고도화하자는데 있다. 그것이 왜 필요한가는 최근의 지정학적 위기와 다단한 국제적 사변들이 설명해 주고 있다"라고도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지난 3일(현지시각) 마두로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작전 '확고한 결의'에 의해 축출된 사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북한은 베네수엘라와 함께 '반미 연대'를 형성하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미국이 자국 최정예 특수부대를 동원해 한밤중에 마두로 대통령의 안전가옥을 급습해 그를 미국으로 압송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미국은 불과 세 시간여 만에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는 데 성공하며 독재국가의 지도자를 교체하는 것이 '손쉬운' 일처럼 보이게 했다.

김 총비서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자신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는 위협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지난해 6월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한 것과 이번 베네수엘라 군사작전 모두 언제든 자신들이 대상으로 상정될 수 있는 작전으로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화를 계속 제의하고 있지만, 김 총비서가 이를 깊이 신뢰하기 어려운 사건이 이어지는 것으로, 미국의 이해관계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 '참수작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은 전날인 4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참관하에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훈련을 진행했다고 5일 밝혔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핵 반격 능력' 구축 주력 예상…9차 당 대회 때도 '강경 노선' 고수

북한은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사태를 지켜보며 두 나라 모두 미국에 제대로 된 반격을 하지 못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 때문에 미국이 더욱 자신감 있게 군사작전을 전개했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023년 핵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재래식 잠수함을 진수하고, 지난해 말에는 장기간 잠항이 가능한 핵추진잠수함 건조가 상당한 수준으로 진척됐음을 과시하며 이 잠수함에도 핵미사일을 탑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같은 잠수함으로 '2격'(핵공격을 받았을 때 핵으로 반격) 능력 확보를 꾀하고 있다고 본다. 평양 등 본토가 미국의 핵공격을 받아도 태평양 모처에서 미국 본토를 향해 핵미사일을 날릴 수 있는 군사력을 갖춘다는 구상인 셈이다. 이를 통해 북한은 자신들에 대한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군사작전을 억제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베네수엘라 사태를 핵능력 강화의 '기회'로 여길 것으로도 보인다. 남미 정세와 동북아 정세의 가장 큰 차이는 미국의 '맞수'의 존재 여부다. 베네수엘라의 경우 미국의 군사작전에 맞대응할 동맹이 없는 상태에서 이번 공격을 받았지만, 북한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이 북한 본토에 군사력을 행사하려는 위협을 가하거나 실제로 가한다면, 중국과 러시아가 즉각적으로 물리적 개입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북한이 보복 차원에서 한국을 향해 대량의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도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작전의 가능성은 작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 때문에 김 총비서의 이번 언급은 표면적으로는 '위협을 느껴 방어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실리를 챙기겠다는 전략으로도 읽히는 측면이 있다.

북한은 지난 2022년 9월 '핵보유국' 입지 공고화를 위해 '핵무력정책법'을 제정해 핵무기 사용의 조건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후 북한은 "비핵화는 위법"이라면서, 미국 등 서방세계의 전략적인 위협을 막는다는 논리로 핵무기 고도화를 지속해 왔다.

전문가들은 김 총비서가 지난해 12월 핵추진잠수함 시찰 때 한미를 향한 적개심을 재확인한 것과, 이번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현장에서의 발언으로 봤을 때 북한이 1~2월 중 개최할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당 9차 대회에서 '평화'를 향한 전향적 태도 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한층 발전된 핵무력 관련 정책이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은 이번 베네수엘라 공습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핵을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느꼈을 것"이라면서 "9차 당 대회에서 채택될 새로운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에는 역대 가장 공격적인 수위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측했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