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북한군 영웅담' 선전영화 제작…북러 밀착 '서사화'

국가적 차원으로 제작…전쟁 서사 이미지화로 선전 효과 강화

러시아 언론인 이반 필리포프는 최근 러시아 문화부 문서를 인용해, '쿠르스크 지역 해방 당시 북한 군인들의 용기와 용맹'을 주제로 한 영화가 국가 재정 지원 우선 과제로 포함됐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했다.(페이스북 갈무리).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교전이 지속 중인 쿠르스크 전투에 참전한 북한군의 '영웅적 행위'를 소재로 한 선전영화를 제작할 예정인 것으로 5일 알려졌다. 북러 군사 협력이 북한의 무기·병력 제공을 넘어, 전쟁 경험을 공유하는 공동 기억·공동 서사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러시아 언론인 이반 필리포프는 최근 러시아 문화부 문서를 인용해, '쿠르스크 지역 해방 당시 북한 군인들의 용기와 용맹'을 주제로 한 영화가 국가 재정 지원 우선 과제로 포함됐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그가 공개한 문서는 '2026년 영화 제작에 대한 국가 재정 지원 우선 과제'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10월 러시아 문화부의 공식 승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서에 따르면 영화에는 △군인들의 영웅적인 헌신 △특수군사작전에서 코사크족의 역할 △러시아의 평화 유지 임무 △민족 자결권을 위해 싸우는 민족과 국가들의 요새로서의 러시아 등 주요 선전·이데올로기 주제들과 함께 '쿠르스크 지역 해방 당시 북한 군인들의 용기와 용맹'에 대해 담을 것임이 명시됐다.

이는 러시아 정부가 북한군의 참전을 단순한 우호적 지원이 아닌, 자국의 전쟁 서사 속 핵심 장면으로 편입하려는 의도를 공식 문서 차원에서 드러낸 첫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문화·영상 콘텐츠 제작 목록에 북한군이 등장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북한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인민군의 존재를 숨기지 않고 '국가 영웅화'하며 체제 선전의 도구로 삼고 있다. 북한 매체에서 전사한 북한군을 애도하는 선전 영상이나 보도가 잦아지고 있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참전 군인들에게 포상을 내렸다는 내용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참전 북한군을 기리는 기념비 기공식까지 거행하며, 전쟁 참여를 국가적 공훈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특수군사작전'이자 '반서방·반제국주의 투쟁'으로 규정해 온 만큼, 북한군의 참전은 이 서사에 국제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상징적 장치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역시 러시아와 함께 싸운 경험을 반미·반서방 연대의 실전 사례로 내세우며 체제 결속과 대외 협상력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평가다.

결국 쿠르스크 전투를 매개로 한 북한군 영웅담의 영화화는 북러 군사 협력이 단순한 이해관계의 결합을 넘어, 전쟁 기억과 이념을 공유하는 동맹 단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