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핵추진 잠수함 도입, 별도 협정 맺더라도…IAEA 승인 난관 있어"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한국이 핵추진잠수함(핵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원자력의 군사적 이용'에 관한 별도 협정을 맺어야 할 뿐 아니라, 국제원자력기구(IAEA)와도 '엄격한 관리 체계'를 전제로 한 안전 협정을 체결해야 하는 등 여러 난관이 존재한다는 전문가 분석이 29일 제기됐다.

심상민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같은 전망을 담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관련 미국법·국제법적 절차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심 연구위원은 지난 10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 미국이 한국의 핵잠 건조를 승인한다는 전향적인 내용이 포함됐다면서도, 실제 도입을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최종 결단과 의회의 지지 그리고 IAEA의 승인 등의 많은 어려움이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핵물질의 무기 전용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IAEA가 향후 한국에 철저한 관리·감독 체계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호주는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 협력 체계 틀을 통해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핵잠을 도입 받기로 했는데, 이와 관련된 IAEA와 안전 협정 체결을 맺기 위한 논의를 무려 4년째 이어가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은 핵물질을 무기로 전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포괄적 안전조치 협정'을 IAEA와 체결한다.

이 가운데 협정 14조는 '해군 함정 추진용 핵물질은 예외가 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담고 있다. 호주 같은 NPT 상 비핵보유국이 이를 발동하기 위해서는 비확산 의무 준수에 관한 세세한 규정을 담은 구체적인 이행 약정을 IAEA와 따로 맺어야 한다. 한국 역시 핵잠을 추진할 경우 호주처럼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심 연구위원은 "한국은 14조 이행 약정 체결 시 엄격한 관리 감시 체계 도입을 중요 목표로 하고, 비확산 의무 준수 의지를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확립해야 한다"면서 "필요하다면 IAEA의 불시적인 원자료 관련 시설 접근과 미신고 시설 사찰까지 적극 수용하기 위한 국내 절차도 마련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 밖에도 미국은 국내법상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군사적 이용'을 엄격하게 분리하고 있는데,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원자력 연료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군사적 이용을 위한 별도의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최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을 방문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등을 만난 뒤, 가진 결과 브리핑에서 "한미 간 별도 협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이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밝힌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별도 협정의 통과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 의회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특히 내년 미국 중간선거 이후에는 민주당이 다시 다수당이 될 확률이 있다. 이에 일각에선 핵 비확산 문제에 있어 공화당보다 훨씬 강경한 태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의회를 설득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심 연구위원은 이를 위해 한국의 핵잠 보유가 단순히 '해상 순시'(안전 및 치안 점검)의 목적을 넘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중국을 견제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선제적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연료 공급 방식을 두고는 "우라늄이 90% 이상 농축된 고농축 우라늄은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면서 "효율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을 공급받는다면 미국과 국제사회의 우려를 다소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심 연구위원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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