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신(新) 남남갈등, 국익은 없다
(서울=뉴스1) 서재준 외교안보부장 = 이쯤 되면 남남(南南) 갈등이다. 대북정책에 대한 자주파와 동맹파의 평행선 달리기는 이제 '건강한 논쟁'의 궤도를 벗어나고 있다.
처음엔 논쟁이 좋다고 생각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방향을 잡고 '우리가 옳다'만을 강조했던 대북정책이 사회적 논의의 영역으로 내려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자주파와 동맹파는 논쟁이 아닌 '싸움'을 하고 있다. 두 진영의 서로 다른 방향이 각자가 생각하는 국익을 향하고 있음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쪽이 다른 한쪽을 부정하는 모습은 이상적 논쟁이라기보다 진영의 승리만을 위한 행보로 보인다.
두 진영은 한미 연합훈련의 조정 여부, '남북 두 국가'의 인정 여부를 두고 공개석상에서 상반된 의견을 내왔다. 정부 내에서 외교안보 사안을 두고 상반된 의견이 공개적으로, 자주 표출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3일엔 두 진영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상징적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자주파의 원로인 문정인 연세대학교 명예특임교수가 '남북관계 원로 좌담회'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CS) 상임위원장이자 정부 내 동맹파의 리더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에게 "본인께서 이걸 잘한다고 생각해서 그 자리를 하시는 건데, 제가 볼 때는 조정이 좀 필요하다"라며 사실상 공개적으로 NSC 상임위원장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한 것이다. 동맹파에서는 이를 '정부 내 자주파가 원로들의 입을 빌려 인신공격한 것'이라며 감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렇게 두 진영이 싸우는 사이 북한은 계속 멀어지고 있다. 그저 위험하게만 보였던 북한의 핵무기는 많아졌고, 작전도 다양해졌다. 미성숙한 위험 같았던 북핵이 이제 간단하게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해졌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는 '비핵화'와 '핵 없는 한반도' 중 무엇이 더 적절한 '말'인지를 두고 논쟁한다. 비핵화의 방법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북미 정상회담에만 너무 많은 기대를 걸고 정부 나름의 청사진을 제시하진 못하고 있다. 고도화한 북핵을 막을 우리 군의 전력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국민도 많지 않다. 우리가 처한 현실과 아는 현실의 괴리가 크다.
대통령실은 아직 이 싸움을 건강한 논쟁으로 보는 듯하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이 상황은 갈등이 아니다"라며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트는 상황, 약간의 갑갑한 상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인 것"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두 진영의 융화가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나만의 생각은 아닌 듯하다. 이제 대통령이 나설 때가 아닐까. 이대로 갈등이 계속 증폭되면 대통령이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것은 우리의 선택지를 좁히는 악수일 뿐이다. 이 험난한 국제 정세 속에서 뻔한 악수를 둘 이유가 없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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