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한반도 문제, 美승인 기다려선 해결 못해"…美대사대리 접견(종합)
1998년 금강산 출항 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결단' 사례 소개
정 장관, 케빈 김 대사대리 만나 "북미 대화 재개 위해 긴밀 협의해야"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5일 "미국의 승인과 결재를 기다리는 관료적 사고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게 한반도 문제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날 오전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한반도 평화경제 미래비전 국제세미나'에서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 11월 18일 동해안에서 금강산 관광을 위한 첫 배가 출항하던 날의 일화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 있었고,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다녀간 이후로 출항 날짜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라며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바로 출항할 것을 지시했다"라고 전했다.
정 장관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일본을 뜨기 전 '38선'을 넘으라는 (김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면서 "이것이 우리의 '자기 중심성', '자기 결정권'을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북한의 금창리 지하 핵시설 건설 의혹이 제기되면서 미국 일각에서 한국의 금강산 관광 일정을 연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그 때문에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한 전 금강산 관광 개시가 미국의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국내 여론이 있었다. 정 장관의 이날 발언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정부의 '결심'으로 금강산 관광이 성공을 거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 장관의 발언은 '미국과 협의 없이 한국이 남북 간 사안을 결정해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될 소지도 있다.
이같은 발언 후 정 장관은 오후에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를 접견하고 한반도 정세 및 대북·통일정책 관련 한미 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정 장관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간 대화를 열어갈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열린 만큼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한미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특히 "내년 4월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 만큼 앞으로가 중요한 시간"이라고 평가하고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한국 정부가 '페이스메이커'(pacemaker)로서의 노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김 대사대리의 부임을 축하하고 남북관계 복원과 한반도 평화 공존을 위한 정부의 대북·통일정책 기조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김 대사대리가 정 장관의 '관료적 사고' 발언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밝혔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somangcho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