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美 승인 기다리는 '관료적 사고'로 '한반도 문제' 해결 못해"

1998년 금강산 출항 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결단' 사례 소개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 접견 앞두고 '강성 발언'에 주목

정동영 통일부 장관. 2025.10.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5일 "미국의 승인과 결재를 기다리는 관료적 사고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게 한반도 문제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날 오전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한반도 평화경제 미래비전 국제세미나'에서 김대중 정부 시절 1998년 11월 18일 동해안에서 금강산 관광을 위한 첫 배가 출항하던 날의 일화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 있었고,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다녀간 이후로 출항 날짜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라며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바로 출항할 것을 지시했다"라고 전했다.

정 장관은 "클린턴 대통령이 일본을 뜨기 전 '38선'을 넘으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면서 "이것이 우리의 '자기 중심성', '자기 결정권'을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북한의 금창리 지하 핵시설 건설 의혹이 제기되면서 미국 일각에서 한국의 금강산 관광 일정을 연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그 때문에 클린턴 대통령의 방한 전 금강산 관광 개시가 미국의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국내 여론이 있었다. 정 장관의 이날 발언은 정부의 '결심'으로 금강산 관광이 성공을 거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 장관의 발언은 '미국과 협의 없이 한국이 남북 간 사안을 결정해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될 소지도 있다. 특히 정 장관은 이날 오후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를 접견할 예정으로, 한미 간 관련한 의견 교환이 있을지도 주목된다.

한편 정 장관은 이날 "2018년 12월 체육회담을 끝으로 현재 7년간 개미 한 마리도 오가지 못하는 완전한 단절 시대를 목격하고 있다"면서 "남북 상생, 남북 협력의 시대를 꿈꾸며 2026년에는 한반도 평화공존, 화해 협력의 신원년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