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PC방에 '엔비디아 지싱크'가?…제재 위반 불법 수입 정황

대만 회사 'ASUS' 모니터 북한에 유입 확인
北에 산업 기계 수출 불가…유령회사 설립 등 통한 불법 무역 추정

북한 PC방 모니터 스탠드에 붙은 '엔비디아 지싱크'(NVIDIA G-SYNC) 사진. (엑스 'X' 갈무리)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 PC방에서 세계 최고 성능의 컴퓨터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인공지능(AI) 칩 등을 개발하는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NVIDIA) 제품의 인증 마크가 포착됐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 따라 외국과의 무역이 크게 제한돼 있는데, 북한이 유령회사 설립 등을 통한 불법 무역으로 첨단 장비를 수입하는 것으로 4일 파악된다.

최근 북한에 방문한 한 중국인이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사진에 따르면 평양 화성지구에 개업한 '화성 콤퓨터(컴퓨터) 오락관'의 모니터 스탠드 좌측 하단에 '엔비디아 지싱크'(NVIDIA G-SYNC)라고 명시된 초록색 스티커가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엔비디아 지싱크는 그래픽 카드와 모니터의 주사율을 동기화해 게임 중 화면 찢어짐(테어링)과 끊김(스터터링) 같은 현상을 줄여 부드럽고 반응성 높은 게임 플레이 환경을 제공하는 기술로, 지난 2013년 처음 공개됐다.

아울러 게시물에 올라온 모니터 사진의 오른쪽 하단에는 'Republic of Gamers'(ROG)라는 상표도 붙어 있었다. 이는 대만 회사 '에이수스'(ASUS)가 지난 2006년 출시한 브랜드다.

ASUS는 '엔비디아 지싱크' 기술을 탑재한 다양한 게임 모니터와 노트북을 출시해 왔는데, 공개된 모니터의 디자인과 로고의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는 'ASUS ROG Strix' 시리즈 중 하나로 추정된다. 스탠드 정면에는 일자로 깊이 파인 홈이 있어 휴대전화를 거치할 수도 있다.

북한 PC방에 설치된 모니터 사진.(엑스 'X' 갈무리)

앞서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지난 2021년 김일성종합대학 연구실에서 엔비디아가 2014년 출시한 GTX-980 하드웨어(GPU)를 사용 중인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데일리NK는 지난해 11월에는 북한의 전자결제 앱(삼흥전자지갑 1.6) 광고에 다양한 외국산 전자제품과 부품 판매정보, 사양 등이 올라와 있는 앱 화면을 공개했는데, 그중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eForce RTX 3060 12GB)도 포함된 바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제2397호 결의안을 통해 북한으로의 산업 기계 수출을 금지했지만, 북한은 계속해서 해외에서 전자제품과 부품을 불법 수입해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외교관이나 해외 파견 무역일꾼을 통해 현지에서 가짜 신분을 활용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거나 현지 조력자를 구해 해외 물품을 수급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과거 김정은 총비서의 현지지도 사진에서도 미국 애플사의 아이패드로 추정되는 기기가 포착된 사례가 있다. 또 북한이 미국산 '델(Dell)'사의 모니터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정황이 관영 매체 사진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