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으로 눈길 돌리는 北…"한반도 평화에 도움 될 수 있어"

北, 최근 베트남·라오스 등 아세안 주요국과도 협력 강화
"아세안, 북미 대화 중재 등 한반도 평화에 큰 역할 가능"

(평양 노동신문=뉴스1) =지난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김정은 당 총비서가 평양에서 회담하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북한이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계기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는 한반도 평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28일 제기됐다.

유현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아세안 외교와 우리의 정책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북한 외교에서 아세안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이번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다"라고 평가했다.

지난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된 대규모 열병식에는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수지 오노 인도네시아 외교장관 등 아세안 주요국 인사들이 참석했다.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은 열병식 전 방북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정상회담을 했다.

특히 베트남 1인자의 방북은 18년 만의 일로, 또 럼 서기장은 전야행사부터 열병식과 만찬 등 모든 일정에서 상석인 김정은 당 총비서의 왼쪽 자리에 위치했다.

북한은 지난 2023년 연말부터 2024년 초까지 효율성 차원에서 다수의 외교 공관을 폐쇄하면서도 아세안과의 외교적 교류는 늘려왔다.

작년 3월과 9월 김성남 국제부장과 박상길 외무부상이 베트남·라오스·태국·인도네시아를 연이어 방문했고, 이에 대한 답방으로 베트남 대표단이 세 차례 평양을 찾았다. 이어 올해 3월에는 라오스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

"북한, 러시아·중국과 3국 밀착 구도 속에서도 '외교적 자율성' 추구"

북한이 러시아·중국과의 협력에만 머무르지 않고 아세안으로까지 외교적 보폭을 확대하는 것은 "두 강대국에만 의존하는 전략은 자신들의 외교적 자율성을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유 연구위원은 짚었다.

그러면서 북한이 앞으로도 아세안와의 전략적 협력 네트워크를 넓히기 위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나 아태안보협력이사회(CSCAP) 등의 국제행사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아세안 역시 미중 갈등 속에서 '헤징 전략'(어느 한쪽에 완전히 속하지 않고 다수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전략)을 추구하는 입장으로, 북한과의 협력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유 연구위원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교류·협력에 더욱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아세안의 '가교 역할'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과거 싱가포르와 베트남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로 선정된 사례처럼 아세안이 '한반도 평화의 중재자'로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연구위원은 "북한과 아세안의 정치외교적 교류 확대는 단순한 북한 외교의 다변화를 의미할 뿐 아니라 역내 질서 재편의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 "정부가 동남아 국가들이 가진 '중재와 관여'의 경험을 유도한다면 한반도 평화의 지속 가능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