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공산주의 3개국은 왜 北으로 향했나…"美 관세 대응 차원"

베트남, 북미 정상회담 또 유치 가능성…인도네시아는 남북 가교 역할론 기대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의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일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주재로 열린 국가연회. 사진 기준 김 총비서의 오른쪽에는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왼쪽에는 리창 중국 총리가 서 있다.[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의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에 베트남·인도네시아·라오스 등 동남아 3개국이 비중 있게 참석한 이유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헤징(Hedging)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24일 제기됐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 수석연구위원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를 통해 공개한 '동남아 국가들의 북한 노동당 창건 참여의 의미' 보고서에서 동남아 3개국이 예년과 달리 북한의 노동당 창건 행사에 대규모,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한 이유는 이들의 '다변화 전략'의 일환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동남아 국가들은 현재 미국으로부터의 관세 등 압력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략적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몇몇 동남아 국가가 북한과 밀도 있게 교류하는 것은 이런 다변화 전략의 일환"이라고 짚었다.

베트남은 최고지도자인 또 럼 공산당 서기장이 이번 노동당 창건 행사에 참석했다. 통룬 시술릭 라오스 국가주석은 당 창건 기념일 직전에 방북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인도네시아 역시 12년 만에 외교장관을 파견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베트남 서기장의 이번 방북이 지난 2019년 김정은 당 총비서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을 찾은 것에 대한 답방 차원이기도 하며, 앞으로 열릴 수 있는 또 한 번의 북미 정상회담을 베트남에 유치하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고 봤다.

인도네시아는 이번에 국가 정상이 아닌 외교장관이 참석했는데,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국가 중 가장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라는 점에서, 남북 사이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동시에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일정한 가교 역할을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띄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전방위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두 세력 사이에서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양쪽과 모두 협력 관계를 유지하려는 대외 전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북한과의 외교도 확장하는 것이라고 봤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의 대외정책이 전략적으로 동남아를 경시하고 관세 부과를 통해 경제적으로 강력하게 압박하는 상황에서 동남아 국가들은 개별적으로, 그리고 집합적으로 아세안 차원에서 '중국의 진영 혹은 미국의 반대 진영'으로 강력하게 연대하는 전략을 채택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이런 전략은 작년부터 이어진 동남아 국가들의 다변화 전략, 즉 브릭스(BRICS)와의 협력, 상하이협력기구(SCO) 가입 노력 등으로 나타났다"며 "올해는 중국 전승절 기념식 참석, 거기서 한발 저 나아가 몇몇 국가의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행사 참석까지 이어졌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들 동남아 국가의 현재의 움직임이 미국에 반대해서 중국 혹은 수정주의 진영으로 가는 것으로 완전히 선회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라며 공산주의 동남아 국가의 외교 전략은 미국과 중국의 동향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 있다고 부연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