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최선희 나서면 분위기 바뀐다…北의 '대미팀' 면면은
최선희, 외무성에서 美 관련 요직 두루 맡아…잔뼈 굵은 '미국통'
2019년 '북미 판문점 긴급 회동' 때도 트럼프 SNS에 '호응 담화'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이번 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깜짝 만남' 가능성은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접촉에 큰 관심을 보이는 정황이 속속 확인되면서다.
북한의 무관심으로 인해 북미 정상의 회동이 성사될 확률은 낮아 보이지만, 지난 2019년 6월 '판문점 번개 회동' 때처럼 급작스러운 만남이 이뤄질 여지는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국통'인 최선희 외무상이 움직이면, 북미 소통이 진전됐음을 보여 주는 방증일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외무상은 김일성 주석의 책임서기와 내각총리를 지낸 최영림의 수양딸로 '혈통있는 집안' 출신이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배려로 오스트리아와 몰타, 중국 등에서 특별 유학을 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최 외무상은 지난 2022년 6월 한국의 외교부 장관에 해당하는 북한 외무상으로 부임해, 북한의 외교 전략과 실무를 전담하고 있다. 최근엔 북한이 가장 공들이는 러시아와의 외교 전면에서 활동하며 외교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입지를 보여 주고 있다.
지난 2010년 10월 외무성 미국국(북미국) 부국장에 임명된 최 외무상은, 2016년 9월에는 국장으로 승진되는 등 대미 관련 요직을 두루 거쳐왔다.
2018년 5월에는 외무성 부상(차관)으로서 성김 당시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판문점에서 실무회담을 진행하고, 같은 해 6월과 이듬해 2월 각각 열린 싱가포르·하노이 북미회담에 모두 관여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해 본 경험도 풍부하다.
지난 2018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주도했던 리용호 전 외무상과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 등의 인물들이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일선에서 모두 물러난 것과 달리, 최선희는 오히려 하노이 회담을 기점으로 승승장구하며 북한 정권의 실세 인사 중 하나가 됐다.
리용호는 2018~2019년에 외무상으로 북미 협상에 관여했으나,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이 제시한 '연말 시한'(2019년 12월)에 미국이 반응하지 않자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023년 1월 리용호가 북미 협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숙청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김영철은 당시 비핵화 협상의 '총책'으로서 주요 북미 회담에 수석대표로 자주 나섰다. 2019년 1월엔 김 총비서의 친필 서한을 들고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기도 했지만, 협상 실패의 여파에서 무사하지 못했다. 김영철은 숙청은 피했지만 이후 일선에서 물러나 통일전선부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선희 외무상의 동향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지난 2019년 6월 30일에 성사된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긴급 회동' 과정에서, 김 총비서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의향이 있음을 담화를 통해 가장 먼저 공표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6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 참여하던 중,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갈 것이다. 북한 김정은 총비서가 이것을 본다면 나는 비무장지대(DMZ)에서 그를 만나 손잡고 인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글을 올리며 '깜짝 만남'을 제안했다.
게시글이 올라오고 5시간 뒤 당시 외무성 제1부상이던 최선희가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하며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이튿날 양국 정상은 판문점에서 전격적으로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SNS 제안 이후 32시간 만에 급속도로 전개된 일이었다.
최 외무상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북미 대화와 관련해 담화 등 특별한 동향을 보이고 있지 않다. 김정은 총비서와 북한의 대외총괄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미국을 향한 입장을 공표한 바 있지만, '실무 책임자'인 최 외무상이 아직 조용한 것은 북미 간 실질적이고 유의미한 접촉이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임박한 시점에서 북미 간 물밑 접촉이 급전개된다면 최 외무상이 메시지를 내면서 실질적인 '외교'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외무성에서 미국을 담당하는 팀은 미국국(구 북미국)이다. 미국국은 대미 협상을 전후로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를 자주 발신해 왔다. 북한은 과거 미국과 외교가 막혀 있을 땐 미국국장이 겸임하는 외무성 미국연구소장 명의로 대미 입장을 발표하곤 했다.
지난 2018~2019년 비핵화 협상 이후부터는 연구소보다는 미국국 명의의 담화가 주로 발표되고 있다. 북미 간 '뉴욕 채널'인 주유엔대표부 참사 출신의 권정근이라는 인물이 지난 2018년부터 미국국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권정근의 마지막 활동이 확인된 것은 작년 5월 18일에 미국이 북한을 '대테러 비협력국'에 재지정하자 이를 비난하는 담화를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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