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했던 당 창건 80주년…우방국 기세 모은 북한의 향후 전략은
중·러뿐만 아니라 우방국 라오스·베트남 밀착으로 외교 무대 넓혀
당 대회 앞두고 '결속'…남북·북미관계 돌파엔 시간 더 필요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 80주년을 성대하게 치렀다. 당 창건일을 기념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 고위급 인사는 물론 베트남과 라오스 등 북한의 외교 무대를 넓혀 줄 외빈들이 대거 방북하면서 북한의 '체면'이 살았다는 평가다.
김정은 당 총비서도 당 창건일을 앞두고 민생과 군심을 모두 챙기는 행보를 보였고, 각종 외교 활동도 병행하며 약 일주일간 동안 다섯 차례나 공식 육성 연설을 했다.
이는 북한에게 이번 당 창건일이 그만큼 의미가 있는 정치 기념일이었다는 뜻이 된다. 내부적으로는 김정은 총비서를 중심으로 한 결속을 다지는 데 집중하면서도 핵무력을 강화해 핵보유국으로서의 전략적 입지를 공고히 하면서 외교적 보폭을 넓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당 창건 8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중국의 공식 서열 2위인 리창 국무원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러시아의 '2인자'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물론, 베트남 최고지도자인 또 럼 공산당 서기장이 방문했다.
이 외에도 라오스 니카라과·멕시코·적도기니·브라질·이란·베네수엘라·인도네시아 등 총 11개국 외빈이 방북했다. 이같은 외빈 초청은 북한 기준 역대 최대 규모라는 정부 당국의 평가도 나왔다.
김 총비서는 지난 7일에는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9일에는 럼 베트남 서기장과 리창 총리를 만났다. 10일엔 메드베데프 부의장을 접견하면서 하루에 한 번꼴로 우방국을 챙기는 외교 행보를 진행했다. 핵을 보유하고 미국에 대항하는 중국과 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물론 한동안 소원했던 우방국과의 관계도 복원했다는 의미가 있다.
김 총비서는 당 창건일을 계기로 엿새 동안 5번의 공개 연설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4일 무기 전시회인 '국방발전-2025', 6일 평양종합병원 준공식, 8일 당 창건 사적관 참관, 9일 당 창건 기념일 경축대회 연설, 10일 열병식 연설 등이다.
국가의 지침과 방향성을 설명하는 최고지도자의 연설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은 모든 주민들과 기관을 당 창건일에 집중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연설은 국가의 역사적 정통성 및 권위와 현 국제 정세에서의 '지위'를 과시하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김 총비서는 "국제적 권위가 날로 강화되고 있다"거나 "권위적인 정치적 역량이 확장되고 있다"는 등의 언급을 내놨다. 이번 행사의 핵심 주제가 '외교'에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자신감의 배경에는 2019년 비핵화 협상 실패 후 지난 2021년 1월에 열린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결정한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 5개년 계획'을 통해 '전략무기 5대 과업'을 중점 추진해 '핵 능력'을 대폭 확장한 데 있다는 분석이다. 다양한 목적의 핵탄두를 개발하고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꾸준히 개발하면서 자국을 명실상부 '핵보유국가'라고 공언하고 있는 연장선상에서 자신감 넘치는 외교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이번 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도 개량된 고체연료 엔진과 발사체를 장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을 선보이며 이를 '최강 핵전략 무기체계'라고 선전했다.
김 총비서는 지난달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때 중국을 찾아 시진핑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외교적 입지를 강화했다. 이번 당 창건 기념일에도 이러한 모습이 이어졌는데, 이는 미국과의 접점을 마련하기 전에 우방국을 최대한 확보해 위상을 제고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일각에서는 당 창건일에 두드러진 북한과 베트남 간 관계 개선이 남북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본다. 당 창건 80주년을 계기로 방북한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지난 8월 한국을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과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에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럼 서기장이 두 달 간격으로 서울과 평양을 다녀간 것을 한국 외교가 놓치지 않고 파고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당장 북한이 남한을 향해 '적대적 두 국가' 정책을 강조하고 김 총비서가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 "한국과는 마주 앉을 일 없다"라고 말한 만큼 이른 시일 내에 베트남이 남북의 '중재자'가 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교수는 "열병식에서 드러난 북한의 외교적·군사적 자신감 상승은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빠른 대화와 협력의 가능성을 더욱 멀어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북한은 내년 초 제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있다. 이 대회 때 북한은 북미, 남북관계에 대한 새로운 구상을 더한 대외노선을 확정, 공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까지 북한의 외교 노선에 '전략적 변화'를 줄 다각적인, 다층적인 분석과 외교적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somangcho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