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선경 "비핵화는 곧 주권과 생존권 포기…핵 보유 철회 없다"

80차 유엔총회 연설…"전쟁 억제력 강화로 한반도 힘의 균형 보장"
李 대통령의 'E·N·D 이니셔티브'나 북미 대화 관련 언급은 없어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이 제80차 유엔총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UN Web TV 갈무리)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이 29일(현지시간) 제80회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우리에게 비핵화를 하라는 것은 곧 자주권을 포기하고 생존권을 포기하며 헌법을 어기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핵 보유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 부상은 "우리는 핵을 절대로 내려놓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이 입장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부상은 이날 한미의 위협으로 인해 핵 보유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그는 "조선반도(한반도)의 객관적인 안보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도전적"이라며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전쟁 연습 소동과 군사력 증강 책동은 그 규모와 성격, 빈도에 있어서 종전의 모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부상은 이어 "유엔총회 회의가 시작되기 며칠 전까지도 미국과 동맹 세력은 '아이언 메이스'와 같은 우리 국가에 대한 핵 공격을 기정사실화하고 그 절차와 방식을 숙달하는 핵전쟁 연습 소동을 자행하면서 조선반도 정세를 극도로 긴장시켰다"라고 한미를 비난했다.

특히 "험악한 안보 환경에서도 전쟁의 포성이 울리지 않고 평화와 안전이 굳건히 지켜지고 있다"라며 "이는 우리 국가의 물리적 전쟁 억제력이 강화됐기에 적수국들의 전쟁 도발 의지가 철저히 억제되고 조선반도 지역에서 힘의 균형이 보장되고 있는 것"이라고 핵 보유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김 부상은 그러면서 "이 균형 상태를 연구하고 조선반도 평화를 영원불멸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헌법에 핵을 절대로 다칠 수도, 변화시킬 수도 없는 신성하고 절대적인 곳으로 고착시켰다"라고 강변했다.

김 부상은 "우리는 절대로 주권 포기, 생존권 포기, 위헌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국무위원장(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시정 방침은 우리 국법이며 우리는 국법을 철저히 수호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김 총비서가 지난 20~21일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비핵화는 위헌'이라며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주장을 '국법'이라고 묘사한 것이다.

김 부상은 이날 연설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밝힌 대북 구상인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앞 글자를 딴 'E·N·D 이니셔티브'에 대한 평가나 '남북 두 국가'와 관련된 추가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북미 접촉 여부나 미국과의 대화 의지, 조건 등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그는 대신 "제2차 세계대전 종결 80돌(주년)이 되는 올해 여러 나라들에서는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는 다채로운 정치, 문화 행사들이 진행됐다"라고 언급하며 "이는 막대한 희생의 대가로 이루어진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민족 해방 투쟁의 결과를 부정하려는 시도들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정의로운 국제사회의 확고부동한 의지의 발현"이라며 '반미 연대'를 부각했다.

김 부상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에 도착했다. 북한이 유엔총회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한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김 부상은 뉴욕 도착 이후 쿠바와 베네수엘라 대표와 회동하는 등 반미 연대를 위한 외교 활동을 전개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