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기본협정서 '두 국가' 인정 시 헌법 '영토조항' 폐기 수순"

"서독은 '동독지역에 서독법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북한의 2국가론과 남북기본협정 추진 방향' 세미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9.24/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정부가 새로 체결을 추진하는 '남북기본협정'에 남북관계를 '특수관계'가 아닌 '두 국가 관계'로 명시할 경우 우리 헌법상 영토조항의 폐기 및 축소가 불가피하고 결국 헌법의 통일조항의 폐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법학자의 제언이 나왔다.

송인호 한동대 법학부 교수(한동대 통일평화연구원장)는 24일 통일부·북한연구학회가 주최한 '북한의 두 국가론과 남북기본협정 추진 방향' 세미나에서 "두 국가를 인정하는 것은 '영구 분단론'과 맥락을 같이 하게 되며, 탈북민 보호에 법리적 지장을 초래하고 급변사태 시 외국의 개입 여지를 높이는 등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중요한 헌법적 근거를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이끌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을 언급하며 "서독은 동서독 관계의 헌법적 판단 근거가 되는 조항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해석해 조약 체결 이후에도 동서독 관계를 국가 간의 관계로 보지 않고 특수관계라는 입장을 유지했다"면서 "우리 헌법은 제헌헌법부터 존재했던 영토조항(헌법 제3조)에 따라 헌법의 규범적 효력이 북한 전 지역에 미치며, 이는 서독 기본법 제23조에서 '동독 지역에는 서독 기본법의 효력이 원칙적으로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한 것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헌법 3조는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라고 규정돼 있는데, 이 조항이 북한에도 국가 권력이 미칠 수 있단 해석이 가능해 헌법적 측면에서 서독보다 더 엄격하게 '남북관계'를 '국가관계'로 해석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는 것이 송 교수의 관점이다. 송 교수는 이어 "헌법적 관점 및 남북관계 악화 방지의 측면에서 북한의 국가성을 부인하는 남북한 특수관계론은 유지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가 공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엔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을' 모델로 하는 남북기본협정을 체결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축사를 통해 한반도 평화 공존을 제도화하기 위해 새 남북기본협정 체결에 나서야 한다면서 "서독은 기본조약 체결 때도 동독의 국가성을 인정했고, 이 조약 체결 이후 실질적으로 동서독 협력이 급속도로 확장됐다"라고 짚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권은민 김앤장 변호사는 남북 '상주대표부' 설치를 주장하며 "현재 남북관계는 특수관계라는 점에서 국가 승인을 전제로 하는 대사관 설치는 국제법상 불가능하다"면서 "외교관계가 부재한 국가 사이에서 상호 의사를 교환하고 양자관계를 조정·연결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상주대표부를 남북한에 설치해 관계 개선을 위한 제반 임무를 처리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상호 간에 대사급 인물을 상주대표로 임명해 남북 간 상호관계에서 실질적으로 국가성을 높여나갈 수 있다"면서 협정에 남북관계를 '두 국가' 관계로 명시하지 않고도 각자의 국가성을 인정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