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美, 비핵화 집념 털면 만남 가능…트럼프와 좋은 추억 있다"(종합)
'비핵화' 전면 거부…韓엔 "적과 마주할 생각 전혀 없다"
유엔총회·APEC 앞두고 대외 메시지…'한미 흔들기' 외교 전략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22일 미국이 비핵화를 포기하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좋은 추억'이 있음을 강조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을 표하되, 미국의 태도 변화가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지난 20~21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에서 김 총비서가 '중요 연설'을 통해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에 대한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하며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발언했다고 한다. 김 총비서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평'과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트럼프 2기 출범 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할 예정인 가운데, 북한이 미국과의 물밑 접촉 등 소통을 진행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80차 유엔총회 때 북미의 '뉴욕 채널' 가동 가능성도 있다.
김 총비서는 한미의 밀착과 대북 억제력 강화에 대해서는 여전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 진행된 한미연합훈련 '을지 프리덤 실드', '아이언 메이스', 한·미·일 다영역합공군사연습 등을 언급하며 "더욱이 엄중한 것은 미국과 한국의 이전 정권들이 우리 국가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전제로 해 작성한 '핵 작전 지침'이라는 것이 현 정권에 여과 없이 계승되고 그에 따른 핵전쟁 계획이 보다 실제적이고 구체화한 범행 단계에 들어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한미가 대북 정책으로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단계적 비핵화'를 언급하며 "'비핵화'라는 개념은 이미 그 의미를 상실했다"라며 "그들(한미)은 우리와 마주 앉을 수 있는 명분과 기초를 제 손으로 허물어 버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핵화'라는 말 자체가 사라져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중단-축소-비핵화'의 '3단계 비핵화론'에 대해 "우리의 무장 해제를 꿈꾸던 전임자들의 숙제장에서 옮겨 베껴온 복사판"이라며 평가절하했다.
김 총비서는 "우리가 핵보유국으로 변천된 것은 우리 국가의 생존이냐 사멸이냐 하는 갈림길에서 취한 필수 불가결의 선택이었다"며 "바로 그래서 우리는 핵 보유를 그 어떤 경우에도 다칠 수 없고 변화시킬 수 없는 신성하고 절대적인 것으로 공화국의 최고법에 명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에 대한 외부의 핵 위협이 종식되지 않는 한, 핵을 폭제의 생존 수단으로 삼고 있는 제국주의 세력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현재와 미래의 국가 안전과 인민의 행복을 수호할 수 있는 군사력 강화의 노정에서 절대로 멈춰 서지 않을 것이며 끊임없는 힘의 강세를 계속 지향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총비서는 "핵을 포기시키고 무장 해제시킨 다음 미국이 무슨 일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세상이 이미 잘 알고 있다"며 "우리는 절대로 핵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핵 보유는 국법이며 우리에게는 국법을 반드시 수호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라고도 강조했다.
김 총비서는 "우리의 전쟁 억제력은 지금 행사되고 있으며 나는 이 억제력의 제1 사명이 상실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만일 상실될 때는 억제력 제2의 사명이 가동되게 된다"라고도 경고했다.
이어 "억제력 제2의 사명이 가동되면 한국과 주변 지역 그의 동맹국들의 군사 조직 및 하부구조는 삽시에 붕괴할 것이며 이는 곧 괴멸을 의미한다"라고 위협했다. 이는 현재의 핵무기 보유가 '방어' 목적(1사명)이며 한미의 공세가 강화된다면 핵이 공격용(2사명)으로 쓰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김 총비서는 한국과의 관계에서는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와 대한민국은 지난 몇십년 동안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두 개 국가로 존재해 왔다"라면서 남한과 어떤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어 "우리가 한국을 타국으로,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제한 것은 어제, 오늘 갑작스레 내린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며 "한국을 가장 적대국이라고 하는 것은 그들이 가장 적대적인 반공화국 적대행위의 역사를 걸어왔기 때문"이라며 남북관계 악화의 원인을 한국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국익의 견지에서 볼 때 우리는 정치, 국방을 외세에 맡긴 나라와 통일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철저히 이질화되었을 뿐 아니라 완전히 상극인 두 실체의 통일이란 결국 하나가 없어지지 않고서는 성립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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