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날만 나타난다…아직 건재한 北 '노력영웅' 메인 앵커 리춘히

9·9절 행사장서 전면에 나서…김정은이 직접 챙기는 '선전선동 원로'

지난 9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참석한 9·9절 77주년 국기게양식 및 중앙선서모임에 리춘히 아나운서가 포착됐다. (조선중앙TV 갈무리)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50년 넘게 북한 조선중앙TV에서 뉴스를 담당한 선전선동 분야 원로 리춘히 아나운서가 최근 정권 수립 기념(9·9절) 77주년 행사에 참석한 장면이 포착됐다. 올해 82세인 그는 한 때 은퇴설이 돌기도 했지만 여전히 입지와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는 지난 9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9·9절 77주년을 맞아 국기게양식 및 중앙선서모임에 참석한 영상을 방영했다. 이 행사에는 노력혁신자와 공로자들이 초대됐는데, 김 총비서를 맞이하는 행렬의 가장 앞에서 손뼉을 치는 리춘히 아나운서의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TV는 김 총비서가 행사장으로 걸어 들어가는 길목에서 그를 환영하는 노력혁신자와 공로자들의 전체 모습을 찍고, 맨 앞에 있는 리 아나운서의 모습도 확대해 비췄다.

북한 뉴스에서 핵실험, 현지지도 등 김 총비서와 관련된 중요 뉴스를 전담하는 그는 지난 1971년부터 활동해 온 북한 매체의 '간판 아나운서'다. 김일성상과 김정일표창 등 북한의 주요 상을 휩쓸었고 북한 아나운서로선 최고영예인 '인민방송원'과 '노력영웅' 칭호도 받았다. 현역으로 활동하는 인민방송원은 리 아나운서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 아나운서는 2011년 10월 19일 방송 이후 한때 자취를 감추며 은퇴설이 돌기도 했는데, 같은 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보도와 함께 복귀한 뒤 10여년 간 '1호 소식'을 전하는 간판으로 활동을 지속했다.

리 아나운서는 김 총비서로부터 파격적인 대우도 받고 있다. 국가에서 제공한 고급 주택이 들어선 '경루동'에 살고 있고, 외제 승용차도 받았다. 지난 2022년 김 총비서는 리 아나운서가 거주할 경루동 주택을 직접 찾아 "꽃나이 처녀 시절부터 50여년간 당이 안겨준 혁명의 마이크와 함께 고결한 삶을 수놓아온 리춘히 방송원과 같은 나라의 보배들을 위해서라면 아까울 것이 없다"며 그에 대한 신임을 드러냈다.

특히 지난해 4월에는 김 총비서의 찬양곡인 '친근한 아버지' 뮤직비디오에 다른 조선중앙TV 아나운서들과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영상에서 리 아나운서는 정중앙에 서서 카메라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며 선전선동을 담당하는 충실한 원로의 입지를 과시했다.

2024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찬양곡 '친근한 어버이'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리춘히 아나운서.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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