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북한 인권'에 무심한 통일부…인권센터건립 추진단 해체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윤석열 정부 시절 북한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처음 구상한 '국립북한인권센터' 건립을 위한 전담조직이 최근 해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통일부에 따르면 국립북한인권센터건립추진단은 지난 4일 해체돼 테스크포스(TF)팀으로 전환됐다. 당초 5명으로 시작했던 추진단은 올해 초 4명으로 줄었고, 현재는 3명이 속해있는 TF팀이 인권기획과로 흡수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예산 260억 원을 투입해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북한인권센터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통일부는 계획 실행을 위해 작년 9월 인권인도실 산하 인권센터건립추진단을 신설했다. 추진단은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자율기구 조직으로, 1년이 지나면 활동 연장 또는 직제 개정을 통한 정식 조직으로의 전환이 가능하게 돼 있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북한인권 관련 정책의 힘을 빼는 기조에 따라 추진단을 정식 조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위상을 축소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통일부는 북한인권법에 따라 매년 국회에 보고해야 하는 '북한인권 증진 추진 현황' 자료의 분량을 대폭 축소하고, 관련 내용을 상세하게 담은 보고서는 지난 2년간 공개 발간했던 방침을 바꿔 비공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비공개 보고서의 분량도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직후 각종 대북 유화책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정권 유지 차원에서 예민하게 생각하는 인권 문제 역시 자극하지 않겠다는 방침에 따라 북한인권 관련 정책 추진이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를 두고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다루는 정책이 정권의 기조에 따라 필요 이상으로 좌지우지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통일부 일각에서도 나온다. 특히 통일부가 탈북민 주무부처임에도 정작 북한인권 문제에 무심하거나 잦은 변화로 인해 탈북민의 신뢰를 얻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대북 정책에 있어서 인권 문제와 인도적 지원 문제는 정권과 관계없이 일관되게 가야 하는데, 전자는 보수 정부의 전유물로만, 후자는 진보 정부의 전유물로만 다뤄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유엔(UN)에서도 매년 인권결의안이 통과되고 있는데 당사국인 한국이 북한인권 문제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한다면 국제사회의 평판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때 통일부 내부에선 인권센터 건립 무산 가능성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통일부는 추진단 해체와 별개로 센터 건립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자율기구 조직이었기 때문에 추진단은 해체됐지만 TF팀을 통해 센터 건립은 예산이 이미 책정됐고 사업은 계속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며 "올해 10월 착공해 내년 11월 완공하고, 내후년 상반기쯤 개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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