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中 가기 전 자강도 아닌 함흥 군수단지서 이틀 체류
北이 공개하지 않았던 지난달 31일·이달 1일 '함흥 체류'로 확인
국경 넘기 전 신의주서 열차 잠시 정차…평양역 아닌 신의주역 사진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일 평양에서 출발하기 직전 군수 산업단지가 밀집한 함경남도 함흥시에 이틀간 체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2일 새벽 북-중 국경을 넘기 전 잠시 신의주역에서도 정차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김 총비서가 지난달 31일 방문한 새로 조업을 시작한 중요 군수기업소와 지난 1일 방문한 미사일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원의 위치는 함흥으로 나타났다.
앞서 북한 매체들은 이틀간 김 총비서의 현지지도 소식을 보도하면서도 구체적인 위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일부 국내 매체들은 각종 군수공장이 밀집한 지역으로 알려진 '자강도'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정부 및 정보 당국은 이들 지역을 함흥으로 판단했다. 함흥지역은 자강도 지역 못지않게 주요 미사일 생산시설이 밀집해 있으며, 특히 함흥 북부지역은 북한 화학 산업과 연구개발(R&D)의 중심지로 불리는 곳이다.
먼저 지난달 31일 김 총비서는 새 미사일 생산기지를 시찰하기 전날인 지난달 30일 낙원군 바닷가 양식사업소 준공식에 참석했다. 낙원 양식사업소 준공식 참가 소식은 북한 매체들을 통해 확인된 곳인데, 낙원군과 함흥시는 직선거리고 약 20㎞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또 지난 1일 방문한 미사일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원은 북한 매체에서 처음으로 언급된 곳이다. 이 역시 함흥지역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김 총비서가 지난 2017년 8월 시찰한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와 관련이 깊을 가능성도 있다.
김 총비서는 2017년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에서 "로켓 전투부 첨단재료인 탄소·탄소복합재료를 우리 식으로 연구 개발"하라고 지시했으며, 8년 뒤인 지난 1일 화학재료종합연구원에서 탄소섬유복합재료를 이용해 "대축력 고체 엔진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MB) '화성포-19형' 계열들과 다음 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20형'에 이용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총비서는 지난 1일 미사일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원을 방문한 이후 다시 평양으로 이동한 뒤 이날 오후에 평양에서 출발해 베이징을 향했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일 김 총비서가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1일 전용 열차로 평양을 출발하시었다"면서 "2일 새벽 국경을 통과했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이때 신문은 이미 해가 져 어두워진 역에서 김 총비서가 조용원·김덕훈 당 비서와 이야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도했는데, 이 역은 평양역이 아닌 '신의주역'(신의주청년역)이라고 정부 당국자는 밝혔다. 신문이 '평양'에서 김 총비서가 출발했다고 밝힌 만큼 이 역도 평양일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지만, 사실 신의주역이었다는 설명이다.
무슨 이유 때문인진 파악할 수는 없지만 김 총비서가 1일 오후 평양에서 출발해 국경을 지나기 전 1일 저녁이나 밤쯤 신의주역에서 잠시 정차했고, 2일 새벽이 돼서야 국경을 통과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김 총비서가 출발 소식을 보도하면서 김 총비서가 과거 러시아 등 해외에 나갈 때 평양에서 대대적으로 환송 행사를 벌였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 방중 때는 유의미한 행사가 없었던 것으로 비쳤던 점도 평양이 아닌 신의주에서 잠시 정차한 모습을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김 총비서가 베이징에 방문하기 직전 나흘간 행보는 '평양→낙원→함흥(이틀)→평양→신의주'인 것이다. 지난달 29일 평양 목란관에서 러시아 파병 유가족들을 불러 위로 행사를 한 뒤 30일 낙원군으로 이동해 바닷가 양식사업소 준공식에 참석한 뒤, 31일과 지난달 1일 함흥의 새 군수기업소와 화학재료종합연구소를 방문한 뒤 1일 오후 다시 평양에 도착해 베이징을 향하게 된다. 베이징을 향하던 길목에 신의주역에서 잠시 정차한 뒤 2일 새벽 국경을 넘은 것이다.
방중 전 이같이 바쁜 행보를 보인 것은 생애 첫 다자외교무대에 나서기 전 대내외적으로 내야 할 중요 메시지를 고심했던 흔적으로 읽힌다. 대외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와 동등한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강조하는 동시에 4박 5일이라는 최장기간의 방중 행보를 앞두고 민심을 다지거나 대내적으로 챙길 현안을 챙길 필요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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