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3년 만에 '후계자' 입지 굳혀가는 주애…공식 바꾼 북한
김정일·김정은과 달리 '내부 정통성 확보 후 대외 공개' 순서 깨져
"후계자 공개 패턴 변하지 않을 것…주애, 후계자로 보긴 섣불러" 의견도 여전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딸 주애가 최근 부친의 중국 방문에 공식 동행하면서 북한의 '4대 세습' 구도가 사실상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5일 나온다. 주애의 후계자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김정일·김정은 시절과는 다른 방식으로 후계 구도가 구축되는 듯한 모습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김 총비서는 지난 2일 딸 주애와 함께 중국 '전승절'(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행사 참석차 베이징에 도착했다.
북한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주애가 중국을 방문하면서 북한이 주애를 '후계자'로 확정했다는 관측이 다시 제기됐다. 북한 최고지도자와 그 자녀가 정상 행사 차원으로 중국을 찾는 것은 이른바 '후계자 신고식'이라는 통념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북한의 과거 세습 과정과 비교하면 이번 주애의 행보는 이례적인 측면이 있다. 김 총비서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74년쯤 후계자로 내정됐지만, 1980년 노동당 대회를 통해서야 최종 후계자로 확정됐다. 이후 군·당·내각의 주요 조직을 장악하며 지지기반을 만든 뒤 1983년 중국을 방문해 덩샤오핑을 만나며 '후계자 신고식'을 했다.
김 총비서는 상대적으로 짧은 후계자 기간을 거쳤다. 2009년부터 북한의 후계자로 내정됐다는 설이 흘러나왔던 김 총비서는, 2010년 공식 직책을 받으며 후계자로 확정됐다. 이후 2011년 김정일 위원장과 함께 중국을 방문해 국제사회에 얼굴을 알리며 '공식 신고식'을 치렀다.
기간은 달랐지만, 두 사례를 통해 북한이 후계자를 양성하는 방식은 내부적으로 정통성을 확보한 뒤 대외 공개라는 수순인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주애가 실제 북한의 후계자라면, 앞선 두 사례와 형식적으로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 후계 구도를 밟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지난 2022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 시험발사장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주애는 당시 불과 열 살 정도인 것으로 파악돼 국제사회에 충격을 안겨줬다. 이 정도로 어린 나이의 최고지도자의 직계 자녀가 북한 당국의 의도에 따라 모습을 드러낸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파악됐다.
이후에도 김 총비서를 따라 다양한 공개활동에 나섰던 주애는 불과 3년 만에 대대적인 외교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며 권력의 행사 여부와 무관하게 상당한 입지를 가진 인물이 됐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내부 기반을 다진 뒤 국제사회에 모습을 드러냈다면, 주애는 먼저 전 세계에 모습을 드러낸 뒤 입지를 다지는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보수적인 북한 사회와 엘리트 집단 내에서 여성 지도자를 받아들이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주애를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 인물로 포장해 불확실성을 만회하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주애가 후계 구도를 굳힐 가능성에 여전히 의문을 표하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순히 김 총비서의 공개활동에 자주 동행한다고 해서 주애를 후계자로 보는 건 섣부르다"며 "성인이 될 때까지 입지를 확고히 굳히고 당내 절차를 거친 뒤 국내적인 승인을 받는 북한의 후계 패턴이 쉽게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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