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들에 '김정은 다자외교 데뷔' 선전…대외노선 '대전환' 예고
김정은 전승절 참석 대서특필…"주민들, 첫 북미대화급 충격 받았을 것"
제9차 노동당 대회 기점으로 '외교 보폭' 늘릴 가능성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북한은 4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중국 전승절(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열병식 참석 사실을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6면이 발행된 신문 3면에 관련 사진과 기사가 실렸는데, 사진만 총 46장이 실렸다.
북한 주민들이 김 총비서가 중국·러시아 등 강대국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다자외교 무대에 참석한 것을 목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부적으로 김 총비서의 '새로운 외교'에 대한 반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신문은 총 6면 가운데 절반인 1~3면을 김 총비서의 방중 소식으로 채웠다. 1면 가장 상단 우측에는 김 총비서가 천안문 망루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서 있는 사진이 배치됐다. 그 아래에는 김 총비서가 시 주석과 그의 아내 펑리위안 여사와 각각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 등이 담겼다.
2면에는 김 총비서가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 가장 앞줄에 선 채 20여국 정상들과 함께 망루에 오르는 모습, 북중러 3국 정상들이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등이 실렸다.
3면에는 김 총비서가 시 주석의 초대로 푸틴 대통령과 함께 전승절 기념연회에 참석한 모습이 담겼다. 또한, 같은 면에는 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이 연회를 마치고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진행한 북러 정상회담의 내용도 보도됐다. 특히 신문은 김 총비서가 푸틴 대통령의 전용 리무진 '아우르스'에 함께 탑승한 모습과 이들이 회담을 마친 뒤 뜨겁게 포옹하는 모습 등 두사람의 우애를 과시하는 사진 총 9장을 실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이같은 다자행사에 참석해 전 세계적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1959년 김일성 주석이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제1서기와 함께 천안문 망루에 선 이후 66년 만의 일이다. 현재 북한 주민 대다수가 '최고지도자의 다자 외교'를 생생하게 목격한 경험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뜻이다.
당시 김일성 주석이 마오쩌둥의 오른쪽 네 번째 자리에 위치했던 것과 달리 김 총비서는 시 주석 바로 왼쪽에 자리해 최상급의 의전을 받았다. 이같은 그림은 북한 주민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주민들이 노동신문을 통해 이같은 사진들을 봤을 때 느낀 충격의 강도는 아마 지난 2018년과 2019년 북미 정상회담 때 사상 처음으로 북미 정상이 싸움이 아닌 협상을 위해 마주 선 모습을 볼 때와 견줄만할 것"이라고 짚었다.
북한은 김 총비서의 이번 방중 모습과 성과를 내부에 무게감 있게 다뤄 주민들에게 북한이 '세계의 지도국' 반열에 있다는 점을 인식시키고, 이로 인한 자부심과 충성심을 고취하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북한은 지난 2023년 12월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새로 선언하고 러시아에 올인하는 전략을 보이는 등 한국과 미국을 적대 관계로 규정하는 '신냉전 구도'를 가속화하기 시작했는데, 이같은 전략이 틀리지 않았음을 주민들에게 입증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승절 참석을 계기로 국제무대에서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연대 세력'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을 가질 북한은 앞으로 김 총비서가 직접 전면에서 나서는 '정상 외교'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새로운 외교 구상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5년 만에 열리는 제9차 노동당 대회에서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기점으로 김 총비서가 베트남, 라오스, 몽골 등 이번 열병식에 참가한 국가들을 방문하는 등 그간 선보이지 않았던 방식의 '다자주의' 외교를 선보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대외 사안을 총괄하는 김여정 당 부부장이 김 총비서의 특사 자격으로 외교 보폭을 넓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진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연말은 그간 북한이 주력해 온 경제·국방 5개년 계획이 끝나고 9차 당 대회가 새롭게 개최되는 중요한 기점"이라면서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의 3각 밀착을 기반으로 신냉전 구도를 더 확대하기 위한 전략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김 연구위원은 북한이 한반도 내의 문제는 더 이상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판단 아래 '남북 적대적 두 국가' 기조는 더욱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도 관측했다.
plusyou@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