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애 중국 간 날 맞춰…노동신문 "혁명 위업 계승 문제 완벽 실현"

주애 사진과 함께 "계승성 확고한 나라" 언급…'후계 구도' 암시?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일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쇼전쟁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딸 주애와 함께 베이징에 도착해 영접을 받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중국 베이징을 처음으로 공식 방문한 가운데,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돌연 "우리는 혁명 위업의 계승 문제를 완벽하게 실현한 나라"라고 선전하고 나섰다. 북한이 은연중에 주민들에게 주애가 '후계가'임을 각인시키려 했다는 평가가 4일 나온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3일 자 1면에 김 총비서가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역에 도착해 중국 측의 영접을 받는 모습을 대서특필했다. 노동신문이 보도한 사진에선 주애가 김 총비서 바로 옆에 서서 의전을 받는 모습도 확실하게 식별됐다.

그런데 노동신문은 2면에 중국 전승절과 무관한 별도의 기사를 통해 "우리 국가의 고유한 특징은 혁명 위업의 계승 문제를 완벽하게 실현한, 계승성이 확고한 전도양양한 나라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신문은 "우리 공화국은 사소한 편향이나 우여곡절도 없이 계승 문제를 성과적으로 해결해 왔다"면서 "우리나라에선 일찍부터 혁명의 대를 잇는 것을 만년지계의 국가 대사로 내세우고 이 사업에 많은 품을 들였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영도의 계승 문제를 당과 혁명의 전도를 좌우하는 근본 문제, 사회주의국가 정치체제의 계승에서 근본 문제로 내세우고 이론적으로, 실천적으로 완벽하게 해결한 것이야말로 주체 조선의 더없는 자랑이고 긍지"라고 강조했다.

북한에서의 '혁명 위업'은 '백두혈통'인 김씨 일가 중심의 지도체제를 유지하며 체제를 발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김 총비서는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이어 3대 세습 지도자로 북한을 통치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2011년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일주일 만에 김 총비서의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혁명 위업의 계승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번 노동신문의 기사는 '위대한 김정은 동지의 혁명사상으로 철저히 무장하자'라는 주제로 연재 중인 기사 중 하나로, 기본적으로 김 총비서 고유의 사상체계로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주의'의 세부 내용을 대내외적으로 선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기사에 언급된 '혁명 위업의 계승 문제를 실현'했다는 내용도 김 총비서로 이어진 3대 세습의 성공을 의미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주애가 김 총비서와 함께 중국을 전격 방문하며 '후계자 신고식'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주애의 사진과 이 기사를 동시에 신문에 보도해 주민들이 읽게 한 것은 '의도적 연출'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자신의 자녀를 중국의 최고지도자에게 보여 주는 것이 '후계자 공인'을 위한 것이라는 게 일종의 통례이기 때문이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주애의 세습 확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아직 충분하다고 볼 수 없으나, 만약 북한 내부적으로 후계자로 확정 지었다면 북한 매체들은 앞으로 주애가 후계자임을 시사하며 권력승계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작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