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북한 손잡은 시진핑, 미국행과 러시아행의 갈림길에 섰다

6년 만에 북한과 정상회담…북미 대화 추동이냐 3각 밀착이냐
전문가 "中, 반미 연대엔 동참하되 북러 밀착에는 거리두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CCTV 캡쳐) 2019.6.21/뉴스1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중국의 전승절 초대에 응하면서, 북중러 3국의 정상들이 9월 베이징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책임있는 대국'을 표방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북중러 3국 구도가 굳어지는 게 여전히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어, 반미 연대를 형성하면서도 북러와 미묘한 거리두기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29일 제기된다.

북한과 중국은 김 총비서가 시진핑 주석의 초청에 따라 다음 달 3일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중국 항일전쟁 승전 8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한다고 전날인 28일 동시에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전승절 참석을 확정하면서, 북중러 3국 정상이 사상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일 것으로 보인다.

김 총비서의 이번 방중은 그간 다소 소원하던 북중관계 속에서 지난 2019년 이후 6년 만에 이뤄진 것일 뿐 아니라, 그의 첫 다자외교 참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북한은 러시아와 지난해 6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맺은 이후, 현재 '혈맹' 수준의 군사·경제적 밀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관계가 어느 정도 완성에 이른 만큼 이제는 북중관계를 관리함으로써 외교적 보폭을 넓혀야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여전히 북한의 주요 경제 협력 파트너이자 우방국이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 역시 '반미 연대'를 상징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김 총비서의 참석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전쟁이 끝나고 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미중 패권 경쟁에 더욱 집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불량국가' 북러와 묶이기 싫어하는 시진핑…3자 '공동 입장'은 없을 듯"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부터). (뉴스1 DB) 2025.08.28/뉴스1

다만,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북중러 3각 연대'를 부각하는 그림은 피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대국"이 되기를 원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불법적 협력을 통해 우크라이나전을 치른 북한·러시아와 필요 이상으로 한편으로 묶이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줄곧 북한과 중국을 자신들의 우군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펼쳐왔지만, 북한이 대규모 전투부대를 파병하는 등 전폭적인 지지를 보인 것과는 달리 중국은 분명하게 3각 밀착과는 거리를 뒀다.

또한, 미국과 중국이 편한 사이는 아니지만 항구적으로 갈등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중국이 한미일 협력에 대한 전면적 맞대응으로 읽히는 북중러 밀착에 가담하는 것은 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북미 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꾸준한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지렛대로 잘 활용한다면 오히려 미중 관계가 완화될 여지도 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중국은 미국 중심의 패권에 대항해 북한과 러시아를 활용해야 하지만, '책임 있는 대국'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들과의 관계에서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다"라고 짚었다.

특히, 현재 미국 국방부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하는 등 대중 견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중국과의 정상회담은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관측이다.

김 교수는 "중국 역시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수위 조절을 위해 이번 전승절에서 북중러 정상회담을 따로 열거나 3자 사이의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예상했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