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무는 하늘을 난다"…6년 만에 돌아온 '평양국제영화제'

2012년 개봉한 고려투어 합작영화 상영 예고
고려투어 "영국 대사관과 일링스튜디오 협력해 국제 영화 출품"

평양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오는 10월 개최되는 평양국제영화제(PIFF)에서 이례적으로 외국 기업과 합작한 영화가 특별 상영된다. PIFF의 출품작 접수는 지난 15일 마감됐다.

19일 평화국제영화제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번 영화제에서는 영국 여행사 고려투어와 공동 제작한 영화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2012)가 특별 상영될 예정이다. 영화 제작 및 홍보 관계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된다. 고려투어는 중국에 본부를 둔 북한 전문 여행사로 평양국제영화제의 공식 파트너사이기도 하다.

영화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는 벨기에와 영국 제작진, 그리고 고려투어 설립자 니콜라스 보너와 고려 스튜디오 팀이 공동 제작했다. 김영미라는 이름의 북한 여성 탄광 노동자가 '공중 곡예사'라는 꿈을 이뤄가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북한 최초의 '여성의 힘'을 주제로 한 소녀가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스스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고려투어는 PIFF의 외국 영화 출품 공식 코디네이터로, 매년 9~10월 평양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관광객을 초대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홈페이지를 통해 "관광객을 위한 방문 기회가 없다"고 명시해 올해는 관광객 참석이 제한된다.

디지털카메라로 촬영된 새로운 방식의 北 영화 상영 예정

1987년 9월부터 2~3년을 주기로 개최된 평양국제영화제는 기존에는 '비동맹 가담 및 발전도상나라들의 평화영화축전'으로 불렸다. 2018년부터는 매년 열렸지만 2019년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여파로 중단됐다. 이후 6년 만인 올해 10월 22~27일 재개될 예정이다.

고려투어는 "영국 대사관과 일링 스튜디오(Ealing Studios)와 협력하여 다양한 국제 영화를 (평양국제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출품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 영화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를 개봉했을 당시에는 대부분 35㎜ 필름을 사용했지만, 이제는 주로 디지털카메라로 촬영된 북한의 새로운 영화 제작 방식을 담은 영화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개봉한 기록영화 '낮과 밤', '72시간' 등이 해당된다.

영화 '김동무는 날아오르네' 한 장면. ('김동무는 날아오르네' 홈페이지 갈무리)
한류 막기 위해 도입…체제 위협 없는 영화 위주로 선별

북한 주민들이 외국 영화를 보는 것은 드문 일이다. 북한의 해외 영화 유입은 한류를 막기 위해 도입된 방안으로 추정된다.

2000년대 후반 컴퓨터 교육이 활성화되고 정보 유입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중국의 한국 영화·드라마 불법 복제품들이 북한에 대량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체제에 위협이 되지 않는 해외 영화를 선별해 유통했다는 관측이다.

북한 TV에 처음 방영된 서구 영화인 '슈팅 라이크 베컴'(2002)은 베컴처럼 축구를 잘하고 싶은 여자 고등학생들이 온갖 반대와 오해를 극복하며 축구 인생을 만들어간다는 이야기다. 지난 2010년 북한과 영국의 외교 수립 10주년을 기념해 그해 12월 20일 조선중앙방송에서 방영됐다.

일부 내용은 더빙 과정에서 수정된 것으로 보인다. 고려투어에 따르면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축구를 그만두라는 부모의 뜻을 따를지 고민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감독이 "넌 누구의 삶을 사는 거냐"고 묻는데, 이 대사가 북한이 선전하는 '주체사상'의 연장선으로 "스스로의 길을 가라"는 의미로 재해석되기도 했다.

그외에도 많은 해외 다큐와 영화들이 평양국제영화제에 상영된 바 있다.

'미스터 빈 - 재난 영화'(1997)는 런던 국립 미술관에서 관리인으로 일하는 빈(로완 앳킨슨)을 없애려는 다른 미술관장들의 분투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인도에서 개봉한 '신부여 편견'(2004)은 고전 소설 '오만과 편견'을 각색해 탄행한 뮤지컬 영화다. 프랑스 자연 다큐멘터리 '펭귄의 행진'(2005)은 남극 황제펭귄의 여정을 담았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