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북한 체제 존중·군사합의 복원"…평행선 좁히기 주력
"흡수통일 의사 없어…9·19 군사합의 복원 및 기존 합의 추동 주력"
북측 반응 '미지수'지만…긴장 완화·거리 좁히기 지속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8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관계는 '특수관계'임을 분명히 하고 북한의 체제를 존중해 '흡수통일'은 추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3년간 적대적인 남북관계로 멀어진 남북관계를 좁히되, 당장의 대화 제안이나 '독트린' 등 새 구상 발표는 자제하며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를 통해 "남과 북은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인정하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의 특수관계"라면서 "남북기본합의서에 담긴 이 정신은 6·15 공동선언, 10·4 선언, 판문점 선언, 9·19 공동선언에 이르기까지 남북 간 합의를 관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기존 합의를 존중하고, 가능한 사안은 바로 이행할 것"이라면 "현재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파격적이거나 새로운 대북 구상이나 조치는 발표하지 않았다. 정부 출범 이후 취해온 전단 살포 중단·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의 조치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작업이었고, 9·19 군사합의의 복원을 추진하며 앞으로도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조치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그간 9·19 군사합의 복원은 남북 간 일정한 수준의 소통이 이뤄진 뒤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를 '선제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에 따라 접경지 일대에서의 군사훈련 중지 등 구체적 조치가 곧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 대통령이 '북한을 믿는다'라는 메시지 발신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북한의 호응 조치 없이 우리의 방어태세를 필요 이상으로 후퇴시킨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 대통령은 "신뢰를 회복하고, 단절된 대화를 복원하는 길에 북측이 화답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적극적인 호응을 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아 보인다.
이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특수관계로 규정한 것에 대해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지난 2023년 말 남북관계를 '민족·통일'의 개념이 바탕이 된 특수관계에서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새롭게 규정하고 이재명 정부에게도 이를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 대통령이 이같은 북한의 요구를 받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낸 셈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체제를 존중한다고 언급한 것, 과거 남북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을 추동하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 역시 마찬가지 맥락에서 북한의 입장에선 호응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북한의 입장에선 한국이 여전히 과거 방식의 남북관계 '복원'을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비핵화'를 언급한 것도 북한의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평화로운 한반도는 '핵 없는 한반도'이며 주변국과 우호적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한반도"라면서 "비핵화는 단기에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이고 어려운 과제이나, 남북·미북 대화와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나가면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감대를 넓혀나겠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국제사회가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을 향해서도 '비핵화'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개념이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 역시 즉각적인 북한의 태도 변화를 추진하기보다는, 향후 정세 변화에 따라 북한이 움직일 수 있는 운신의 폭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이번 경축사를 구상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할 수 있는 모든 물리적 조치를 취한 뒤, 정세 변화에 따라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한편 북한도 전날인 14일 '조국해방' 8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행사를 진행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집권 후 처음으로 광복절 연설을 했는데, 러시아와의 밀착에 집중하고 한미를 향해서는 메시지를 내지 않으면서 광복 80주년을 북러 밀착과 내부 결속의 계기로 삼는 모습을 보였다.
somangcho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