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푸틴 통화, 러는 '미러 정상회담' 내용 공유했다는데…北은 함구

"미러 정상회담 성과 불확실 상황 속 北 위험 감수할 이유 없어"
정상 간 통화 공개한 첫 사례…北, 미러 '밀월' 관계 견제 의도도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날인 12일 전화통화를 했다고 13일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이날 통화에서 "앞으로도 러시아 지도부가 취하게될 모든 조치들에 대해 전적으로 지지할 것"을 확언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했다고 양국이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김 총비서가 다른 나라 국가 정상과 전화통화한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면서도 미러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은 '함구'해 그 의도가 주목된다.

크렘린궁은 12일(현지시간) 북러 정상 간 통화 사실을 전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김 총비서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의 전화통화 사실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면서도 미러 정상회담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신문은 두 국가가 "앞으로 협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고 '호상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신문은 다만 푸틴 대통령이 북한군 러시아 파병과 관련 "인민군이 발휘한 용감성과, 영웅주의, 희생정신을 다시금 높이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오는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개최될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종전 방안'이 논의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이번 회담은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하고 무기를 수출해 전략적 이익을 얻고 있는 북한에 중요한 외교적 분기점이 될 수 있다.

결국 북한이 미러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을 아낀 이유는 정상회담 결과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리 예단해 '외교적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이 미러 정상회담의 논의 내용과 성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를 보도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면서 "북한이 향후 추가 파병이나 후속 조치를 검토해야 하는 만큼 우크라이나전 종전 분위기가 조성될 경우 전략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이번 회담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북한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밀월' 관계를 견제할 필요성도 있다. 만약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종전이 긍정적으로 논의된다면, 종전 이후에도 "북러 관계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러시아 측의 확약이 북한엔 필요했을 수도 있다.

일각에선 이번 미러 정상회담에서 큰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돌발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변수'를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종전 후 영토 문제 등 구체적인 사항이 논의되진 않더라도 북러 정상이 관계의 방향성을 어떻게 잡아가는지는 북한도 주목해야 할 사안인 것이다.

이날 북한이 김 총비서가 정상 간 통화를 한 사실을 알린 것은 처음이다. 이는 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 간 관계를 과시·확고히 하면서도 일종의 '핫라인'이 살아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전화 통화를 원한 측이 러북 중 어디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통화가 이뤄졌다는 것은 그만큼 '긴박한' 상황임을 엿볼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현 부원장은 "미러 정상회담에서 합의되는 것들이 향후 북러 관계에 상당한 여파를 줄 수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김 총비서는 회담 이후에도 굳건한 러시아의 지지를 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