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훈련 조정 '묘한 동상이몽'…정부 "대북 유화책" 美 "중국 견제"
美 "모든 훈련은 한미 합의에 따라"…李 정부 대북 유화 행보 탄력
'北' 언급 빠진 발표…美,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 염두에 둔 포석 놨나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대북 유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한미연합훈련의 '조정'에도 성공했다. 표면적으로는 한미 간 잡음 없이 순탄하게 훈련이 조정된 모양새지만, 미국이 주한미군을 더 이상 대북 억지에만 활용하지 않겠다는 '동맹의 현대화'를 위한 포석을 둔 것이라는 분석도 7일 동시에 제기된다.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사령부는 이날 한미 양국이 연합 방위 태세 확립을 위해 오는 18~28일 하반기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합훈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훈련의 핵심 중 하나인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지휘소 연습(CPX)은 예정대로 진행되지만, 야외 기동훈련(FTX) 40여 건 중 절반은 폭염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9월로 연기되는 등 훈련의 방식과 톤이 예년에 비해 조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미는 훈련 수와 투입 병력 규모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고 훈련의 핵심인 컴퓨터 시뮬레이션 지휘소 훈련(CPX)은 예정대로 진행돼 '조정'된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그러나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한미의 발표 직후 "연합훈련이 조정된 것"이라고 평가하며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앞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이 '침략적 성격의 대규모 군사연습'이라고 비난한 뒤 이재명 대통령에게 연합훈련의 '조정'을 건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북전단 살포 통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및 철거 등에 이어 연합훈련의 수위를 낮추는 것을 대북 유화 제스처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일단 이번 한미의 결정으로 정 장관의 건의가 받아들여진 셈이 됐다. 무엇보다 훈련의 파트너인 미국의 동의를 받아냈다는 것은, 향후 한미의 대북 공조에 있어 유의미한 대목이라는 평가다.
미국 측 브리퍼로 나선 라이언 도널드 한미연합사령부 공보실장은 "한미가 실시하는 모든 훈련은 한미 합의로 실시된다"라며 "중요한 것은 훈련의 질"이라며 미국이 이번 훈련의 '조정'에 찬성했음을 시사했다.
미국이 문재인 정부 때 북한과의 교류·협력에 있어 대북제재 등을 이유로 반대하거나 속도를 늦출 것을 요구해 남북 교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일단 트럼프 행정부는 이재명 정부의 대북 유화 행보를 받아들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미 정상이 이달 말 정상회담을 열 예정인 상황에서 이같은 상황이 전개되는 것은 대북 공조에 있어 한미 간 엇박자를 우려하는 시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난달 말 김여정 부부장의 두 번의 담화로 한미를 '갈라치기' 하려는 듯한 의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대북 메시지로서도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새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 및 신뢰 구축을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는 상황에서 연합훈련을 짧은 시간 내 조정한 것은 기존 조치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중요한 대북 메시지"라면서 "미국이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도 연합훈련 조정을 결정한 것은 한국의 대북 정책을 충분히 고려, 인식한 것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미국이 정부의 입장을 받아들인 것을 반드시 정부의 대북 기조에 맞장구를 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미가 이날 공식 브리핑 발표문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동상이몽'에 따른 것으로, 반드시 대북 유화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과 '동맹의 현대화'를 모토로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 한국의 국방비 인상을 통한 자강력 강화 등을 곧 본격적인 고위급 협상 테이블에 올릴 예정이다.
이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대북 억지에서 중국 견제로 바꾸면서 북한을 막는 주전력을 한국군이 책임지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그 때문에 미국 역시 이번 연합훈련이 '북한'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반도에서 한미 연합으로 진행되는 모든 군사행동이 중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게 미국의 현재 이익에 더 부합한다는 차원에서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의 대북 기조를 오히려 '기회'로 보고 향후 동맹의 현대화 협상에 있어 연합훈련의 성격이나 수위를 오히려 먼저 조정하려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한미 연합훈련을 '돈 낭비'라고 직격한 적도 있어, 대북 억지를 위한 한미의 호흡을 맞추는 연합훈련이 축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러한 한미의 동상이몽 속 북한이 이번 '대북 제스처'에 호응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달 28일 담화에서 이재명 정부를 향해 "전임자와 똑같다"라고 박한 평가를 내렸는데, 이같은 평가의 배경에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남북 두 국가' 기조를 한국이 수용하지 않는 상황이 있다.
그 때문에 북한은 '두 국가'를 받아들이라는 근본적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모습이 연출되거나, 미국의 강한 손짓으로 대화 요인이 생기기 전까진 정부의 조치에 긍정적 호응은 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계기로 국방력 및 협상력 과시를 위한 고강도 도발에 나설 우려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이라는, 한미가 '고강도'로 평가하는 도발을 단행한다면 정부의 대북 정책 추동력이 일시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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